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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현장에서] 교육부, 학폭 실태조사 발표 돌연 취소…불리한 자료는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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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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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오는 31일 ‘2023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표본조사)’ 결과 발표를 돌연 취소했다. 출입기자단이 조사 결과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위한 브리핑을 요청하자, 아예 발표 자체를 없던 것으로 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연 2회 이상 시행되고 공표하도록 돼 있다. 학교폭력 실태 파악과 효율적인 예방대책 수립이 목적이다. 교육부는 16개 시·도 교육청과 함께 연 2회 조사를 벌이는데, 1학기(통상 4~5월)에는 초4∼고3을 대상으로 전수조사(1차)해 학교폭력의 발생 양상을 조사하고, 2학기(9~10월)에는 초4∼고2 학생의 4% 남짓을 표본조사(2차)해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 등 더 자세한 사항을 파악한다. 교육부는 2022년 1차 조사는 같은 해 9월에, 2차 조사는 이듬해인 2023년 7월에 발표했다. 2023년 1차 조사 발표는 지난해 12월 있었다.



교육부는 지난 26일 오전까지만해도 2023년 2차 표본조사를 예년처럼 이달 안(31일)으로 공개하겠다고 했다. 말이 바뀐 건 당일 오후 2시께였다. 기자단이 국민의 관심이 커 구체적 설명이 필요하다며 정식 ‘보도자료’와 브리핑을 요청하자, 교육부는 돌연 발표 자체를 취소하겠다고 알려왔다. 애초 교육부가 발표하려던 자료는 조사 결과에 대한 아무런 분석 없이 수치만 담겨 있는 ‘보도참고자료’였다.



교육부는 발표 취소에 대해 “지난 4~5월 진행된 2024년 1차 조사 결과를 오는 9월 발표할 예정으로, 이때 2023년 2차 조사 결과도 관련 대책과 함께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2차 조사는 조사 방법과 문항 자체가 다른데다 6개월 이상의 시차가 발생한다. 이미 취합된 지난해 2차 조사 결과를 2024년 1차 조사 결과와 묶어 발표할 이유도 없다. 더욱이 ‘설명을 더 해달라’는 요구에 발표일을 고작 닷새 앞두고 시기를 바꾸는 것도 상식에 어긋난다. 비록 국가승인통계는 아니지만 법률이 정한 실태조사 결과의 발표 시기를 담당 부처가 매년 다르게 정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폭력은 언제나 민감한 이슈다. 잊을만 하면 떠오르는 학교폭력 사건에, 교육부는 그때마다 새로운 대책을 내놓는다. 지난해 4월에는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기고, 대학입시에도 반영하는 내용 등을 담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대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더 나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해 4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의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관련 감담회에서 “무엇보다도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를 우선시하겠다”고 했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 취소는 이 부총리의 약속과 거리가 멀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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