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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영상] 침대-벽 사이 낀 환자…6시간 방치하고, 배 누르며 심폐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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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해상병원 격리실에서 침대 머리맡과 벽 사이에 하반신이 끼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피해자 박아무개(58)씨. 하반신이 끼이기 시작한 건 4월19일 새벽 2시12분이었는데, 5시37경 의료진이 처음으로 문을 열고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이때 의료진은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았다. 시시티브이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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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격리·강박 중 사망사건으로 ‘정신병원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2016년 격리·강박 중 환자가 사망한 서울의 한 정신병원 격리실에서 올해 또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들은 “의료진이 6시간 동안 환자의 상태를 전혀 확인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병원 의료진을 경찰에 고소하는 한편, 한겨레에 관련 폐회로텔레비전(CCTV, 시시티브이) 영상과 의무기록을 공개했다.





‘최소 1시간마다 관찰’ 복지부 지침 무용지물





피해자 유족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박아무개(58)씨는 지난 4월18일 오후 9시45분께 서울 영등포구 해상병원에 입원해 격리실에 수용된 뒤 침대 머리맡과 벽 사이에 하반신이 끼인 채 발견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이튿날 새벽 6시19분께 현장에서 사망판정을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사인은 ‘불명’이었다.



앞서 박씨는 일주일 이상 음주를 지속한 상황에서 자해를 시도했다가 스스로 신고해 경찰과 함께 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은 뒤 경찰 의뢰로 이 병원에 응급입원됐다. 유족은 “피해자가 고혈압과 우울증으로 인해 관련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고 했다.



피해자 박씨의 아들(27)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국산업보건환경연구소 부설 해상병원 최아무개 대표와 간호조무사, 보호사, 당직의료인 등 의료진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지난 3일 영등포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고소장에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동안 전혀 살피지 않은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정신의학과를 중심으로 42개 입원실과 180개 병상을 갖춘(병원랭킹 누리집) 해상병원은 2011년 3월 개원 당시엔 엔젤병원이었다. 하지만 이 병원에서 2016년 4월29일 27살 남성이 35시간 격리·강박 당한 끝에 사망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해상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운영 법인은 한국산업보건환경연구소로 이전과 같다.



2016년 벌어진 격리·강박 사망 사건은 같은 해 7월 에스비에스(SBS) 시사고발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 ‘아무도 모른다-정신병원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바 있다. 당시 문제가 격리·강박이었다면 이번엔 ‘격리 뒤 방치’가 문제가 된 것이다.



한겨레

2016년 7월23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아무도 모른다-정신병원의 비밀’ 편. 엔젤병원 격리실에 사지가 강박된 27살 남성의 모습이다. 에스비에스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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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이 한겨레에 공개한 시시티브이를 보면, 4월19일 자정 이후부터 박씨는 격리실에서 문을 두드리며 의료진을 호출해도 반응이 없자 침대에 대변을 지리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이후 침대를 당기고 매트리스를 밀거나 침대에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다가 새벽 2시12분께 침대 머리맡과 벽 사이에 하반신이 끼인다. 이후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는데 결국 힘이 빠져서 상반신을 앞으로 숙인 채 간헐적으로 움직이는 모습만 포착된다.





아무 조처 안 하더니 배 누르며 심폐소생





그런데도 의료진은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는 모습이다. 5시37분께 남색 유니폼을 입은 의료진이 문을 열고 엎드려있는 피해자를 몇 초간 보기만 하다가 아무런 처치나 확인도 없이 돌아섰다. 이어 5시51분께 피해자가 머리와 팔을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6시4분께에야 보호사가 박씨를 빼내 격리실 바깥 복도에 눕혀 심폐소생술을 했다. 다만 흉부가 아닌 배 위를 어설프게 누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자정부터 6시간 동안 박씨가 병원 쪽의 아무런 구호조처를 받지 못한 셈인데, 이는 “격리 시 최소 1시간마다 관찰 및 평가를 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격리·강박 지침을 어긴 것이다. 시시티브이 확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걸로 보인다. 유족이 확보한 환자의 간호기록지를 보면 4시50분에 “비스듬히 걸쳐 있는 모습이 확인됨(CCTV)”이라고 적어놓고도 아무 조처를 하지 않았다. 또한 경과기록지에 나온 주치의의 격리 지시시간은 18일 오후 10시부터 19일 오전 4시까지였으나, 이 역시 지켜지지 않고 연장됐다.



유족은 변호인을 통해 작성한 고소장에서 “분명히 살릴 수 있었다. 그런데도 망인은 병원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 죽어가도록 방치됐다. 그 쓸쓸하고 외로운 죽음이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여 책임자들이 법대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인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한겨레에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병원에서 인명사고가 나는 것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도 책임이 있고, 그런 병원이 계속 운영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국의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전수조사가 시급하다. 정부의 특단 대책을 요구하며 국회에서도 정신병원 국정감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4월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해상병원에서 침대와 벽 사이에 끼였던 피해자 박씨를 의료진이 빼내 복도에 눕히고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흉골부위가 아닌 상복부를 거의 1초에 한 번씩 눌렀다. 유족들은 “부적절한 자세로 심장마사지를 했다”고 지적했다. 시시티브이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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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아들 박씨는 “병원 쪽은 책임이 없다고 잡아떼며 사과 한마디 없다”고 말했다. 해상병원 관계자는 유족 측 대응에 대해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형사고소에 이어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한국산업보건환경연구소를 상대로 박씨 사망에 따른 손해배상액에 연 5%의 지연 이자를 더한 약 3억20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민사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한편 해상병원으로 이름을 바꾼 뒤인 2016년 9월1일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이 병원을 피진정기관으로 한 75건의 진정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호자 동의 없는 강제입원과 휴대전화 사용 제한 등 4건은 구제조치 되었고 부당격리 및 강박, 배식 관련 강제노동 등 7건은 조사중 해결됐으며 나머지 64건은 각하 또는 기각됐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영상 조윤상 기자 j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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