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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자구책 약속 하루도 안돼 ‘물거품’… 피해자 보상도 불투명 [티몬·위메프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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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결국 기업회생 신청

티몬·위메프 “자체 회복할 수 없는 상태”

구영배 대표 입장 발표 뒤 공개돼 공분

환불 지연 사태 해결 책임은 법원으로

판매자·소비자 받아야할 돈 모두 동결

기업 신뢰 저하 회생 절차 쉽지 않을 듯

파산 선고땐 미정산금 받을 수도 없어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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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과 환불 지연 사태 파장이 커지자 티몬·위메프(티메프)가 29일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날 오전 티몬·위메프 모회사인 큐텐그룹 설립자인 구영배(사진) 대표가 지분 매각 등으로 해결책을 찾겠다는 공식 입장을 낸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법원의 회생절차가 개시 이전에도 채권이 동결될 수 있어 입점업체들이 미정산 판매대금을 받을 길이 한층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사재 출연 등을 내걸며 경영 정상화를 언급한 구 대표의 약속이 ‘하루짜리도 안 되는 허언(虛言)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티몬과 위메프는 “최근 대규모 환불사태와 거래처 이탈 등으로 자체적으로 재정 상황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큐텐은 “악순환을 방지하고 판매회원과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티메프의 환불 지연사태 해결의 1차 책임은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법원은 향후 심문기일을 열어 두 회사가 제출한 신청서를 검토한 뒤 회생절차를 개시할지 판단한다. 심문에는 채무자(대표자·이 경우 구 대표 또는 티몬·위메프 대표자)가 소환돼 회생에 이르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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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업체들 “정부 적극 구제에 나서 달라” 티몬·위메프 입점업체 대표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경제·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정산 지연사태 피해사례 발표 및 대책 촉구 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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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티몬과 위메프의 채권자인 판매자들은 당장 대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기업회생은 빚을 갚지 못해 파산 위기에 직면한 기업을 대상으로 채무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받은 뒤 법원의 지휘를 받아 되살리는 절차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금융·상거래 채권이 모두 동결되는 탓에 판매자들의 대금이나 소비자의 환불금 등 채권자가 받아야 할 돈도 이 기간에 발이 묶이게 된다.

나아가 법원이 절차 개시 결정 전 재산 도피·은닉 위험을 막기 위해 보전 처분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리면 채권자들은 회생절차 개시 전까지 두 기업에 강제 집행이나 가압류, 가처분 절차 등도 할 수 없다. 따라서 티몬과 위메프는 임금·조세 등을 뺀 기존 채무도 상환할 필요가 없어진다.

다만 티몬과 위메프가 강제 회생절차 개시 전 최장 3개월간 채권자협의회와 구조조정을 자율적으로 협의하는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도 함께 신청한 상태라 극적으로 채권단과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열어놨다. 양사는 나아가 “구조조정 펀드 등을 통한 자금조달 추진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법원은 회사가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가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보다 크다고 인정되면 회생계획안 제출을 명한다. 문제는 회생계획안이 원칙적으로 ‘회생담보권자 4분의 3 이상 동의’ 및 ‘회생채권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 요건을 충족해야 인가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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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티몬과 위메프의 신뢰가 저하된 상황이라 채권자가 기업회생에 동의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현재 두 회사의 주요 채권자는 정산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 최대 6만여곳, 고객 환불을 대신 정산해주기로 한 카드사·지급결제대행업체(PG)·페이사 등으로 추산된다. 현재까지 파악된 미정산 금액만 약 2100억원이다. 이는 지난 5월까지 정산되지 않은 금액으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최대 1조원 넘게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원의 회생 인가를 받지 못하면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티몬과 위메프의 피해자 보상은 더욱 어려워진다. 정산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는 선순위 채권자일 가능성이 높아 일반 구매자의 경우 소송 등 다른 구제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회생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면 파산 선고를 할 수도 있다. 이에 두 회사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기업이 사업을 계속될 수 없는 상태로 판단한 법원은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생 추진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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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업회생 신청은 구 대표의 자구책 마련 계획이 나온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공개돼 공분을 샀다. 이날 오전 구 대표는 “지분 매각을 비롯해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큐텐그룹 계열사 4곳은 영업활동으로 현재까지 누적 손실액이 2조6000억원에 이르는 등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라는 점과 투자사가 주요 주주인 상황에서 추가 자본 확보가 어려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따져볼 모양새다. 정무위원회는 30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전체회의에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게 임의출석해 줄 것을 이날 요청했다. 정무위에 따르면 이들은 출석 의사를 밝혔으나 임의출석 요구라 강제성은 없다.

금융감독 당국 움직임도 빨라졌다. 금융감독원은 검찰의 전담수사팀 구성에 맞춰 이를 지원하기 위해 기존 검사반 외 자금추적 관련 전문가 등을 추가한 별도 검사반을 30일부터 티몬, 위메프에 파견할 예정이다.

김건호·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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