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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1조라는데 500억만?"…구영배, '판매자 환불'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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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1주일 지나 첫 입장 낸 큐텐 구영배 대표

고객 피해 금액 고작 '500억원'으로 추산해 논란

정작 거액 물린 '입점 판매자'에 대한 구제 방안은 빠져

'꼬리 자르기' 논란 속 티몬·위메프, 법원에 회생절차 신청

'파산'까지 가면 피해금액 1조원으로 불어날 가능성도

노컷뉴스

큐텐 구영배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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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구영배 대표가 티몬·위메프 정산·환불 지연 사태와 관련해 고객 피해 금액을 고작 '500억원'으로 추산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그의 첫 공식입장에서 정작 거액이 물린 '입점 판매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구제 방안은 빠지면서 꼬리 자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때마침 티몬·위메프는 29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큐텐, 계속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만…결국 '기업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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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대표는 29일 발표한 첫 공식입장에서 "현재 양사(티몬·위메프)가 파악한 고객 피해 규모는 여행상품을 중심으로 합계 500억원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며 "우선 양사가 현장 피해 접수 및 환불 조치를 실시했고, 지속해서 피해 접수와 환불을 실시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티메프 사태'의 피해자는 티몬·위메프에서 물건을 구매한 '개인 소비자'와, 티몬·위메프에 입점해 물건을 판 '판매자' 등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구 대표의 구제 방안에는 개인 소비자에 대한 환불 이야기만 들어가 있고, 피해 금액도 적게 추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와 금융당국은 티메프 사태로 인한 피해 금액이 1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단 지난 22일 금융당국이 파악한 미정산 금액만 해도 위메프 565억원(195개사), 티몬 1097억원(750개사) 수준이다. 이는 5월 한 달 미정산 규모다. 6~7월분 미정산분을 추가 반영하고 소비자 환불액까지 고려하면 큐텐이 확보해야 할 자금은 1조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티몬·위메프의 모회사 큐텐은 줄곧 현실과는 동떨어진 규모의 대책만 내놓고 있다. 큐텐은 최근 금융당국과의 면담 자리에서 다음 달 중 해외 계열사 '위시'를 통해 5천만달러(약 700억원)를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당국은 사태 해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당장 이날 정부가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즉시 투입한 유동성 자금만 해도 5600억원에 달한다.

이에 티몬과 위메프는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 기업이 사업을 계속할 만한 가치가 있지만 금융사고 등의 문제로 부채를 영업이익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없을 경우 기업회생절차를 밟는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티몬과 위메프의 채권이 모두 동결되기 때문에 판매자들은 당분간 대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또 회생 절차를 위한 채권단의 동의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파산할 가능성도 있다.

거액 판매자 외면하고 소액 소비자 환불로 생색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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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큐텐은 왜 유독 판매자들의 피해 규모만 거론하지 않는 것일까. 일단 금액이 너무 크다. 판매자들은 중·소상공인이다. 티몬·위메프에 입점해 자신들의 사업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들인 것이다. 취재진이 티몬·위메프 본사 앞에서 만난 판매자들의 미정산 금액은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했다.

큐텐 입장에서는 거액이 물린 판매자들을 구제해주는 것보다, 개인 소비자들에 대한 환불 조치로 생색내기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몬·위메프가 꼬리 자르기 식으로 피해 금액을 최대한 적게 노출하고 있는 것 같다. 피해 금액이 그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금융감독원 발표 자료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판매자에 대한 보상은 소상공인 상생 문제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구 대표가 향후 정부 지원에 기대려는 포석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 등을 관리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을 통해 이들 피해 소상공인들에게 저금리 대출을 해주는 방안 등을 보고 티몬과 위메프도 내심 세금으로 지원해주길 바라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이는 회사가 기업회생절차를 밝기 시작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실제 구 대표는 첫 공식입장에서 "양사가 파트너사(판매자)들과의 기존 정산 지원 시스템을 신속히 복원하지 못하면 판매자 피해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이에 따라 파트너사에 대한 지연이자 지급과 판매수수료 감면 등의 셀러(판매자) 보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파트너사 및 금융권 등 관계 기관과의 소통 및 협조 요청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불에 방점이 찍힌 개인 소비자 구제 방안과는 달리 판매자 구제 방안과 관련해서는 '시스템 문제'와 '정부 협조'를 강조한 것이다.

큐텐이 이렇다 보니 판매자들도 소극적인 태도로 사안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메프에서 1억6천만원의 피해를 봤다는 한 판매자는 "뉴스 기사에서 '위메프와 판매자가 짜고 치는 것이다', '서로 알고 계약한 것 아니냐'는 등의 댓글을 보면 상처가 크다"면서 "지금은 우선 소비자 환불 문제에 집중돼 있는 만큼 판매자인 제 입장에서는 나서기가 겁이 난다"고 말했다.

한편, 구 대표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동시 수사에 착수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특수수사 검사들을 중심으로 전담수사팀 구성을 긴급 지시했고, 법무부는 티몬·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의 구영배 대표이사 등을 즉각 출국금지했다.

현재 소재가 불명확한 구 대표가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지도 관심사다. 구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할 가능성도 있다. 티몬 류광진 대표와 위메프 류화현 대표도 출석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안질의는 청문회와는 달리 증인 출석 의무가 없는 만큼, 구 대표가 실제 모습을 드러낼지는 회의가 시작하는 오후 2시까지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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