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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북극 둘러싼 전쟁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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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중-미, 지구온난화로 아시아 유럽 잇는 해상 항로 둔 쟁탈전

지구온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북극에선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신규 해상 항로 개발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올 북해항로(NSR)의 적재량은 예상보다 부진한 편이다. 올 1월부터 5개월 동안 러시아 전체 항구의 화물 회전율은 전년 동기 비해 3.4% 감소했다. 북극 지역 모든 항구의 운송량도 4% 감소했다. 지난해 NSR을 통해 총 3620만 톤의 화물이 운송된 것과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러시아 국영기업 로스아톰은 “지난해 북해항로 환승 화물 운송량은 215만 톤에 이르렀고, 2023년 북해항로를 이용한 화물 총운송량은 3625만 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25만 톤 이상 초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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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유럽을 잇는 북해 항로를 이용하는 화물선. /로시스카야가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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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북해 항로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크다. 알렉산드르 노박(Alexander Novak) 부총리는 “2024년 화물 운송량은 4000만 톤 이상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당초 러시아 정부는 최대 5000만 톤까지 예상했다. 물론 대규모 원자재 프로젝트의 성사 여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제가 있었다.

러시아 정부의 장기 프로젝트에 따르면 NSR을 통한 운송량은 2024년 8000만 톤, 2030년 1억5000만 톤, 2035년 2억2000만 톤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과 달리 올해 운송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러시아 정부는 2030년이 되면 목표 수준에 도달할 것이며, 2035년엔 목표치에 확실히 이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구상과 달리 북해 항로의 운송이 기대에 못 미치는 사이 중국이 적극 관심을 보이는 북극횡단항로(Transpolar Sea Route·TSR)가 NSR의 대안으로 등장하면서 북극 항로를 둘러싼 묘한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다. TSR은 북극 항해로의 하나이자, 북극점 근처를 횡단하는 항해로로, 북동항로나 북서항로와 달리 특정국의 수역을 지나지 않는 항로다.

당장은 아니지만, 미래 NSR의 직접적인 경쟁항로일 수 있다. TSR은 러시아의 배타적 경제 수역(EEZ)을 우회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잠재 사용자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NSR을 보유한 채 러시아가 누리는 독점적 지위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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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컨설팅사 유코프 앤 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 소피아 만길례바는 “TSR은 북극을 직접 통과하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거리가 NSR보다 거의 30%(1500km) 짧은데다 북극 해안 국가의 배타적 경제 수역 외부로 통과하여 어느 국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 매력적이다”고 했다.

또 TSR을 따라 운송하려면 북극급(쇄빙선급) 유조선의 연중 사용과 인프라 건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러시아가 이를 의식해 TSR과 비슷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NSR의 핵심 인프라를 2035년 이전까지 구축할 계획이지만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TSR 노선 등장이 탄력을 받는 이유는 지구온난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2035년까지 북극의 얼음과 만년설이 줄어들거나 심지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이론이 등장하면서 TSR이 NSR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TSR 이 NSR의 미래 직접적인 경쟁자로 등장할 수 있어도 당장 위협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NSR은 주요 국제 무역 경로와 비교하면 규모가 작지만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TSR은 여전히 미래 프로젝트라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10~20년 후 북극 얼음이 녹는 속도와 북극 개발을 두고 다양한 국가의 활동에 따라 환경적인 요인이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현재 TSR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국가는 중국에 이어 미국, 캐나다이다. 이미 중국 쇄빙선은 2012년 최초로 TSR을 통과한 바 있다. 이 경로는 중국뿐만 아니라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 북극 주변국도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들 국가는 중국으로부터 연간 수입액만 7530억 달러(수입의 10%)에 이르러 운송비 절감 차원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다. 현재 유럽 국가들은 TSR 개발을 위해 지구 온난화 방지 프로그램을 고수하면서 상업적 이용 가능성을 모색하는 단계다. 하지만 중국은 지정학적 요인과 국제 해상 항로 다변화 차원에서 TSR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에 이어 미국도 입맛을 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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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쇄빙선과 유조선의 북극해 항해 장면. /X(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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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를 둘러싼 해상 노선 개발 경쟁이 가시화하자 러시아는 TSR 노선 개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러시아는 무엇보다 NSR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미국이 TSR을 개설하려고 노력하지만, 상업적 이용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것”이며, “TSR을 따라 항해할 경우 안전성이 보장된 NSR에 비해 위험성이 상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극위원회 보고서도 NSR은 이미 항로가 운영 중이며 TSR은 2040년 이후에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쇄빙선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러시아는 현재 세계서 가장 많은 쇄빙선(41척)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북극해 항로 개척을 노리며 이미 쇄빙선을 건조하기 시작했고 미국, 캐나다, 북유럽 국가들도 쇄빙선 건조에 속속 합류하고 있지만, 여전히 북극해 항로 주도권은 러시아가 쥐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북극 지역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야코프 앤 파트너스에 따르면 북해항로 개발, 석유 및 가스 생산,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건설에 러시아는 약 1870억 달러(한화 259조원)를 투자했으며, 다음으로 노르웨이가 970억 달러를 투자해 북극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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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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