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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위기관리 Q&A] 달걀로 바위를 깰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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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정말 억울해서 문의 드립니다. 대기업 OOO이 우리 회사에게 장기간 갑질로 엄청난 피해를 주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언론 플레이를 좀 해서 대기업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우리 피해를 원복 해 주는 환경을 조성했으면 하는데요. 달걀로 바위를 깰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코노믹리뷰

먼저 질문해 주신 내용 중 '언론플레이'는 현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그리고 그 단어는 가능한 사용하지 않으시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언론은 기업이 플레이 해서 관리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언론을 넘어 여론은 더욱 더 그렇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익숙해 있는 표현이라 그런 개념을 생각하시는데, 현 상황에는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일단 사실관계에서 있어서 귀사에게 억울함과 실질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근거를 만들어 언론에게 전달해 보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해 직접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러한 접근도 가능은 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전달 및 접근 가능성과 그로 인한 효과를 직접 연결해 예상하는 것에는 현실적 무리가 있습니다. 상대가 대기업이라면 더욱 면밀한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방향성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대기업과 언론의 카르텔 같은 피상적 이유를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파이프라인이 수십년간 유지되어 있던 상대와 그렇지 못한 귀사의 현실을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달걀로 깨야 한다는 바위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바위가 하루아침에 그렇게 큰 바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풍파를 견뎌내고 그 자리에 위치해 있는 것이지요. 세상에 나와 얼마 되지 않은 달걀이 바위를 깨뜨리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일 것입니다.

즉, 귀사에서 지향하시는 커뮤니케이션 목적과 최종 예상 결과를 먼저 확정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중 하나는 상대를 일정 수준 압박하여 협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대기업을 완전하게 몰아넣어 협의 자체가 불가능한 환경까지 조성하는 것은 목적이 될 수도 없고,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따라서, 귀사 내부에서 현실적 희망 결과를 먼저 정의하시고, 언론 및 온라인에 대한 접근 플랜을 꼼꼼하게 정리하시기를 조언 드립니다.

일반적으로 귀사 같은 경우 예산, 인력, 커넥션, 경험, 역량, 이슈 프로젝트 관리 등에 상대적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감안하셔야 합니다. 당연히 모든 접근은 필수적인 것만으로 제한해야 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식에 주로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교한 선택과 집중이라고 하더라도, 상대측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도 기억하셔야 합니다.

달걀로 바위를 깰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달걀의 목적이 바위를 일부 더럽히는 것이라면 그런 접근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더럽힘을 달성한 이후 그 바위와 어떤 논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마구 여러 달걀들을 쏟아 붓기만 해서는 결과적으로 귀사에게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이해하시고 최대한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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