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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이슈 미술의 세계

금천구선 ‘예술 휴가’로 여름 더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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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금천문화재단, 7~8월 ‘금천아트바캉스’ 개최

한겨레

어린이들이 20일 금천구 금나래아트홀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 전시 ‘에르베 튈레전 색색깔깔 뮤지엄’을 관람한 뒤 예술 체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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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래아트홀과 야외 공연·전시 10개

자치구에서 보기 힘든 전시·공연 개최

가족 함께 체험·참여형으로 ‘오감 만족’

“집 가까운 곳에서 예술 즐기도록 구성”


20일 금천구 금나래아트홀 갤러리에서 ‘에르베 튈레’ 전시를 관람한 뒤 체험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강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귀담아듣느라 귀도 쫑긋 세운 모습이 귀엽다.

“우리 좀 전에 동그라미, 선, 얼룩 등으로 그린 무척 큰 그림 봤죠. 작가님이 이탈리아에서 아주 많은 사람과 함께 그렸어요. 우리도 한번 해볼까요.”

강사의 말과 함께 붓과 물감을 받은 아이들이 길이 3m짜리 도화지 앞에 마주 보고 앉았다. “먼저 큰 동그라미를 그릴 거예요.” 강사의 설명에 따라 큰 동그라미를 그린 뒤 물감칠을 했다. 붓으로 콕콕 찍으니 작은 동그라미가 생겼다. 아이들마다 크기도 색깔도 제각각이다.

“작가님이 이탈리아에서 그린 커다란 그림 봤죠. 거기에 동그라미도 있었지만, 뭐가 있었죠. 구불구불한 선들이 있었죠. 그럼 동그라미를 피해서 길을 찾아가볼게요. 미로찾기처럼요. 동그라미 피해서 가는 게임이라고 생각해도 돼요. 재밌을 것 같은 나만의 생각 방식으로 그리면 돼요.” 이번에는 강사가 구불구불 선을 그려보자고 했다. 아이들이 그리는 선들이 서로 마주치기도 하고 피해 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동그라미들을 피해 ‘새로운 길’을 냈다. 그런 뒤 둥근 스펀지에 물감을 묻혀 콩콩콩 도화지에 찍었더니 얼룩이 만들어졌다.

도화지에 그림을 그린 아이들이 이번에는 각자 투명 셀로판에 ‘나만의 그림’을 그렸다.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모양을 그리는데, 점선 모양도 있고, 꼬불꼬불한 선도 있고, 엉킨 실타래 같은 모양도 있다. 아이들은 셀로판에 은박지와 종이도 여기저기 붙여 평소 좋아하는 모양을 만들기도 했다.

금천문화재단이 7월과 8월 금나래아트홀과 금천구청 일대에서 예술로 즐기는 여름휴가 ‘금천아트바캉스’를 운영하고 있다. 여름휴가철에 맞춰 공연, 전시, 체험 등을 즐기는 금천구 여름철 대표 문화예술 행사다. 올해는 ‘금천의 여름, 감각의 예술 놀이터’를 주제로 전시·공연 10개를 준비했다.

7월10일부터 8월28일까지 열리는 ‘에르베 튈레전 색색깔깔 뮤지엄’도 그중 하나다. 프랑스 창의예술가 에르베 튈레(1958~)의 대표 회화와 일러스트, 영상 등 작품 90개를 비롯해 신작 카르피 시리즈를 지방자치단체 문화재단으로서는 최초로 공개했다. 카르피 시리즈는 튈레가 2022년 이탈리아 카르피시와 협력해 만든 작품이다. 참가자 수백 명이 두 달 동안 40장의 캔버스에 공동으로 만든 결과물인데, 이번 전시에는 이 중 일부 작품을 전시했다.

튈레는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다양한 놀이로 미술에 접근하는 새로운 개념을 적용한 감성 미술책 <책놀이> 저자로 유명하다. 아이들을 위한 현장 예술 교육 활동가이기도 하다. 에르베 튈레전, 색색깔깔 뮤지엄은 어린이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에르베 튈레가 고안한 방식으로 직접 예술 체험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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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각자 셀로판에 그린 그림을 들고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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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를 그리고, 동그라미와 점 사이를 가로지르는 선, 동그라미 위에 얼룩, 반점 위의 낙서, 동그라미 위의 동그라미 등등…. 이 모두가 쌓이고 우연이 모여 캔버스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부여받은 작품이 탄생한다.”

에르베 튈레의 말처럼 그냥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사이로 선을 꼬불꼬불 그리면 된다. 빈 공간에 점도 찍어보고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린다. 심지어 낙서해도 된다. 최희연 강사는 “유아부터 어른까지 모두 함께 즐기며 예술을 체험하고 이해하는 전시로 나도 몰랐던 예술 감성을 깨워주는 창의적 예술 체험으로 무척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금천아트바캉스는 여름날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야외 공연과 전시가 많이 준비돼 있다. 구청 광장과 선큰광장에서 미디어아트 전시와 신명 나는 춤 공연을 즐길 수 있다. 8월9일부터 18일까지 구청 일대에서 체험형 ‘울림을 따라: 워터 파고다’를 연다. 빛과 소리로 가득 찬 물 덩어리 탑을 쌓으며, 여름날의 소망을 기원하는 관객 참여형 미디어아트 전시다. 다른 지역에서 큰 호응을 얻었으며, 서울에서는 금천구에서 첫선을 보인다. 더위는 더위로 이긴다.

엎친 데 덮친 격 댄스, ‘엎덮댄스’도 열린다. 8월9일과 10일 열리는 현대무용 공연 엎덮댄스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예술 단체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주민과 함께 춤추며 여름밤을 흥겹게 달군다.

금나래물첨벙쉼터 주변에서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8월10일 ‘바디퍼커션그룹 녹녹’이 몸을 두드려 연주하는 것뿐만 아니라 몸의 모든 소리로 연주하는 관객참여형 몸음악 콘서트 ‘에브리바디퍼커션’을 공연한다. 8월10일과 17일에는 쇼갱이 실시간 사운드 퍼포먼스 ‘활력청소부’를 공연한다. 8월17일 열리는 오감체험극 ‘쿵쿵쿵’은 소리를 움직임으로, 움직임을 소리로 주고받는 공연이다. 음악가와 무용수가 주고받는 소리와 몸짓 사이에 있는 관객들의 움직임과 소리가 더해져 생동감 있고 감각적인 소통이 이어진다.

전통과 접목한 행사와 국악 공연도 열린다. 금천구 문화예술인들의 커뮤니티 공간 만천명월예술인가에서는 8월10일과 17일 예술 교육 ‘소리랑 부채랑'이 열린다. 국악 단체 타루는 8월16일 금천구립가산도서관 1층에서 전통 판소리, 민요 주요 대목을 관객과 함께 친숙하게 즐기는 공연 ‘소리듣는데이'를 연다.

금천아트바캉스는 여름을 맞아 자치구 단위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시와 공연으로 구성됐다. 앞서 7월12일에는 국립현대무용단과 안무가 안은미가 합작해 금나래아트홀에서 신여성을 소재로 한 현대무용 ‘여자야 여자야’를 무대에 올렸다. 서영철 금천문화재단 대표는 “지역 주민들이 굳이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에 가지 않더라도, 집 가까운 곳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이번 여름에는 ‘예술 휴가’를 내어 마음 편하게 예술 체험을 하며 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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