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차량 통행이 금지된 대전 중구 유천동 유등교 모습. 교량 중간 지점이 내려앉아 있다. 최예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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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10일 이른 아침, 회사원 김기호(44)씨는 출근길에 중구 유천동의 유등교를 지나다 교량 중간 지점의 상판이 내려앉은 걸 발견하고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유등교는 준공한 지 50년도 더 지났지만 2년 전 정밀안전점검과 최근 정기안전점검에서 B등급(양호)을 받은 다리다. 이 때문에 ‘겉으로 멀쩡해도 무너질 수 있는 건가’라는 시민 불안이 커졌다.
대전시가 긴급안전점검을 진행한 결과 유등교의 문제는 물 밖의 상판이나 교각에 있지 않았다. 하천 아래 교각 기둥 부분이 세굴(강물 등에 의해 파이는 현상)로 파여 교량 전체 안정성이 떨어졌고, 그 영향으로 상판이 내려앉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관리 주체인 대전시는 긴급점검 뒤 유등교 안전등급을 E등급(불량)으로 조정했다. 11일부턴 “유등교 추가 침하·붕괴 우려가 있으니 교각 아래쪽 산책로 통행을 절대 금지한다”는 안전 안내 문자를 시민들에게 발송하고 있다. 계속 양호하던 다리가 하루 만에 세 등급 아래 ‘붕괴 우려 있는’ 위험 시설물이 된 것이다.
어떻게 대전시는 이런 다리를 양호하다 평가할 수 있었을까? 국토교통부의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실시 등에 관한 지침’을 보면 1종 하천교량은 하천준설·홍수·교량확장·철도공사 등 상황이 있으면 의무적으로 ‘수중 조사’를 해야 하지만, 유등교처럼 2종이거나 3종 시설물인 하천교량은 안전점검 때도 수중 조사는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다. 이를 핑계로 대전시는 지금까지 2·3종 교량에 대한 수중 조사를 한 적이 없다.
지난 10일 차량 통행이 금지된 대전 중구 유천동 유등교 모습. 교량 중간 지점이 내려앉아 있다. 최예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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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관계자는 “의무 사항이 아니라 2·3종 교량은 그동안 안전점검 때 물밑까지 살펴보지 않은 것으로 안다. 눈으로 보이는 물 위쪽 교량에선 별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B등급을 줬던 것”이라며 “전국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가 관리하는 162개 교량 중 70% 정도(113개)는 수중 조사를 한 적이 없는 2·3종 시설물이다. 전국적으로도 전체 관리 교량(3만4506개)의 약 85%(2만9421개)가 2·3종 시설물로 분류돼 있다. 2·3종 하천교량의 ‘물 밑 안정성’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그 문제가 유등교 침하를 통해 ‘운 좋게’(?) 미리 드러난 것이다.
유등교가 있는 대전 중구를 지역구로 둔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일환 국토안전관리원장에게 “선택 사항인 수중침하 측정을 의무 사항으로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고, 김 원장은 “기후변화 등으로 환경적 요인이 크게 바뀔 수 있어 이런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봉섭 국토부 시설안전과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육안으로만 안전점검을 하면 수중의 세굴 정도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던 건 맞다. 그런 부분을 보완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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