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환노위 단독 처리 후 본회의까지 밀어붙이기
경제6단체 "정략적 판단으로 국가 경제 무너뜨리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2022년 12월 27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조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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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이충재 기자 = 거대 야당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면서 한국 경제가 파업 리스크로 몸살을 앓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계에선 노란봉투법이 실행되면 무분별한 파업이 산업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국가 경쟁력이 흔들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란봉투법 재추진에 韓경제 '파업 리스크' 몸살 우려
22일 국회와 경제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오는 25일 노란봉투법을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으나 22대 국회에서 의석수를 앞세운 야당이 다시 국회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다.
무엇보다 노란봉투법 내용을 보면, 노조의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독소조항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경제·산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법안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며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해고자와 실업자 등의 노조 활동을 제한하는 근거로 쓰이는 기존 노조법 항목을 삭제하면서 지난 21대 국회 때 폐기된 법안보다 한층 더 '반(反)기업'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경제6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내고 "노조법 개정안은 노사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함은 물론 우리가 지난 수십년간 쌓아온 노사관계 법률 체계를 뒤흔들어 전체근로자와 미래세대의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개정안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해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확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법 3건 중 1건은 기업 규제…기업 경쟁력은 '남 얘기'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규제 입법은 22대 국회 들어 야당의 주도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은행이나 정유사 등이 외부요인으로 초과 이익을 거뒀을 때 추가로 세금을 걷는 횡재세 도입이 대표적이다. 안전운임제를 상시 도입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과 가맹점주단체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도 마찬가지다.
횡재세의 경우,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가 이중과세, 경쟁력 저하 등 문제점을 지적 받다가 폐기됐으나 야당의 입법독주 속에 다시 추진되는 상황이다. 횡재세 열풍이 불던 유럽에서도 최근 이중과세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일었고,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최근 횡재세 일부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더욱이 '정유사나 금융사가 외부요인으로 적자를 내면 세금으로 지원해줄 것이냐'는 여론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3건 중 1건은 규제법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좋은규제시민포럼'의 분석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후 한 달 간 발의된 법안 1127건 중 규제 법안은 283건으로 지난 국회 같은 기간의 2배에 달했다.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발의된 법안 250건 중 규제법안은 97건(38.8%)으로 개원 이후 최고비율을 기록했다.
국회가 규제 입법의 온상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스타트업은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창업 7년 미만 스타트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64.3%가 규제로 인해 애로 사항을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선이 시급한 규제로는 등록·허가 등 진입규제(49.7%)가 첫 손에 꼽혔다. 스타트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제로는 53.3%가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의 과감한 폐지·개선'을 꼽았다.
◇전 국민 25만원 살포…재정악화+물가상승은 '나몰라라'
반면 재정을 악화시키고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포퓰리즘 법안은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을 단독 처리하고 오는 25일 본회의에서도 강행 처리할 계획이다. 이 법안은 22대 국회 민주당 1호 당론 법안으로, 전 국민에게 25만∼35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5만원의 유혹이 달콤하지만, 재정악화라는 후유증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시 최소 12조 8193억원에서 최대 17조 9471억 원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56조원 규모의 세수 펑크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에도 어려운 나라 곳간 사정을 감안하면 민생경제를 살릴 단비가 아닌 '언 발에 오줌누기' 정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민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규제 입법 규모 전반에 대한 총량 관리가 필요하며, 입법 후 행정부를 통해 규제영향평가제도를 실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중요 규제를 입법할 때에는 규제영향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경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장은 "규제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면 16조~377조 원의 규제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규제수준을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률 개정이 규제개선 수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괴리가 생기므로 행정규제기본법에 도입된 네거티브 규제제도를 확산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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