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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 (목)

파묘후 조상 유골 토치로 태우고 돌멩이로 빻아 화장한 고부…징역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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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분묘. [사진 = 연합뉴스]


조상 묘소를 파 유골을 꺼낸 뒤 화장시설이 아닌 비닐하우스에서 토치로 태우고 돌멩이로 빻아 유골을 손괴한 60대 며느리와 80대 시어머니 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 1단독 김도형 부장판사는 분묘발굴 유골손괴,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66·여)씨와 B(85·여)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이들로부터 일당을 받고 분묘 발굴 후 유골을 손괴한 일꾼 C(82)씨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며느리 A씨와 시어머니 B씨, 일꾼 C씨는 2021년 3월 31일 원주시 귀래면 A씨의 시조부모 분묘를 발굴한 뒤 유골을 B씨의 비닐하우스로 옮겼다.

이어 유골을 부탄가스 토치로 태우고 돌멩이와 쇠막대로 빻아 손괴하는 등 분묘 발굴 후 화장시설이 아닌 비닐하우스에서 화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 등 일꾼은 이 대가로 일당 15만원씩을 받아 범행에 가담했다.

재판 과정에서 B씨는 ‘며느리가 한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분묘 발굴부터 화장까지 B씨가 개입했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C씨가 유골 수습 후 허가 없이 비닐하우스에서 화장하면 법에 걸린다고 하자 B씨는 ‘자신이 집안의 어른이고 일주일마다 가족회의를 하니까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는 일꾼 C씨의 증언은 구체적이고 일관돼 믿을 수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심지어 B씨는 분묘 발굴 당일 아침에 일꾼과 함께 며느리 A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 묘소의 위치를 알려주고, C씨 등 일꾼 2명에게 각 15만원씩 30만원의 비용도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해당 분묘가 며느리 A씨 소유의 땅도 아니고 남편의 벌초가 생계에 지장을 줄 정도도 아니며 조부모 분묘 관리 때문에 생업을 포기하는 상황도 아닌 것으로 볼 때 A씨가 임의로 분묘를 발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분묘 위치도 모르는 며느리 A씨가 남편의 허락도 없이 임의로 발굴·화장해서 얻을 이익이 없다”며 “이 사건은 시어머니의 부탁과 함께 돈을 받은 며느리가 인부를 고용해 이 같은 일을 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시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A씨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시어머니의 뜻에 따라 위법성 인식 없이 범행했고, 시어머니 B씨는 분묘 발굴 및 화장 경위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며 “일당을 받고 범행에 가담한 인부 역시 참작할 사유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선고 당일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또 다른 일꾼 1명에 대해서는 별도로 선고하기로 했다.

A씨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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