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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돌려받을 수 있긴 있나요” 청년 불만 달랬지만…이번엔 아버지와 아들 싸움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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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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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이 시행되면 올해 59세의 생애 평균 보험료율(내는 돈)은 7.8%,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56.5% 수준이다. 월소득이 250만원이면 평균 9만5000원을 보험료로 내고, 향후 약 141만원을 받는 것이다. 반면 갓 성인이 된 18세 청년은 같은 소득이더라도 매월 16만원(12.8%)을 내고 연금액은 105만원(42%) 수준이다 .

정부가 연금개혁 목표중 하나로 세대간 형평성을 내세운 것은 이처럼 낮은 보장성과 높은 부담에 노출되는 청년세대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연금제도는 세대간 연대를 바탕으로 운용하는데, 미래세대에게만 일방적인 부담이 지워진다면 제도에 대한 신뢰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단 우려에서다.

4일 정부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각각 13%, 42%로 인상하는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내놓으며 세대간 형평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당시 국민 수용성을 고려해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의 저부담-고급여 체계로 시작했다. 이후 수차례 개혁을 거쳐 보험료율은 오르고 소득대체율은 낮아졌지만, 불균형한 체계가 누적되며 중장년층보다 청년층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청년 세대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은 크고 혜택은 적어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고 청년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충분히 고려할 수 개혁”이라고 말했다.

청년세대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은 이뿐 아니다. 현재 둘째아이부터 제공되는 출산 크레딧을 첫째부터 적용하고, 6개월만 인정됐던 군복무 크레딧은 복무기간 전체로 확대한다. ‘연금 크레딧’은 출산시기나 군복무 등 소득이 없는 시기의 보험료를 정부가 대납하는 것을 뜻한다. 가입 초기 보험료 납부횟수가 많으면 향후 연금 수급액은 누진적으로 증가해 청년세대가 유리한 정책이다.

연금고갈위험 완화를 위한 정책도 마련했다. 우선 향후 연금고갈로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직역연금에게 적용되는 국가의 지급보장 명문화를 관련법 개정을 통해 삽입할 예정이다.

연금액을 인구 변화, 경제 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도 도입한다. 현재 수급자가 받는 액수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오르고 있다. 이 물가상승분에 △직전 3년간 가입자수 증감률 △기대여명 증감률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즉 저출생과 경기부진으로 연금가입자가 줄거나 기대여명이 늘어 수급기간이 길어지면 증가분이 감소할 수 있다. 다만 저출생·고령화가 심각해지더라도 전년보다 받는 돈이 줄어드는 것은 막는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앞으로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 모수개혁과 함께 2036년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연금 고갈 시점은 2056년에서 32년 늘어난 2088년으로 늦춰진다는 것이 추산이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연금을 수급하는 만 65세까지는 기금이 남아있는 것이다.

정부는 기금운용수익률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투자 방식 다변화 등을 통해 현재 4.5%에서 5.5%이상으로 끌어올릴 구상이다.

기초연금과 퇴직·개인연금 내실화도 추진한다. 공적연금이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보장을 하는 것은 보험료율이 낮은 국내 사정상 쉽지 않기 때문에, 조세로 운영되는 기초연금과 사적연금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월 33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한다. 2026년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의 저소득 어르신부터 인상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다만 지급대상은 그대로다. 기초연금 수급에 따라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가 깎이는 것도 개선된다. 둘을 동시에 받고 있는 노인에게 기초연금의 일정 비율을 추가로 지급하고 이를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유명무실한 퇴직연금은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의무화한다.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가입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퇴직연금 중도인출을 줄이기 위해 요건을 강화하고, 수익률을 개선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이를 통해 퇴직연금 수령 비중을 10.4%에서 2035년 5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개인연금은 교육·홍보 강화와 세제 혜택 등으로 가입자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개혁안에 대해 현실적인 수용성을 감안해 내놓은 타협안이라고 평가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회 구도와 급격한 보험료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현실 등을 고려하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인 타협안”이라며 “앞서 연금개혁논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연금개혁상 20대는 향후 16년간 보험료율을 인상하는데 그러면 그동안 연금개혁이 멈춰버릴까 우려된다”며 “이번 개혁을 통해 보험료율 15% 이상 인상을 하지 않으면 향후 재논의가 필요하고 그 땐 더 큰 폭의 부담이 지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아니 노후소득보장이란 목적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동조정장치는 물가상승률을 온전히 반영하게 하지 못해 실질적으로 연금액을 깎는 것”이라며 “앞서 국회에서 여야가 소득대체율 43~45% 범위 내에서 논의가 됐는데 42%를 정부가 꺼낸 것은 국회 논의를 무시한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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