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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5 (일)

39살 밴스, 마약 중독자 아들서 ‘트럼프 러닝메이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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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제이디 밴스 상원의원이 15일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 포럼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밀워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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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제임스 데이비드(J.D.) 밴스 상원의원은 ‘네버 트럼프’(트럼프는 절대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들)에서 ‘트럼프 충성파’로 변신한 정치 신인이자 풍운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원 경력 18개월여에 불과한 밴스 의원을 낙점한 것은 그의 ‘강점’을 두루 이용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우선 78살인 자신과 81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맞붙은 선거에서 39살인 그를 러닝메이트로 삼아 ‘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밴스 의원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2년 39살이던 리처드 닉슨을 부통령에 지명한 후 가장 젊은 부통령 후보다.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로 분류되는 오하이오주가 지역구인 그를 내세우면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주 등 러스트벨트에 속한 핵심 경합주 공략에 도움이 된다고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그의 부통령 후보 지명은 “경합주들에서 공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밴스 의원 개인의 성장사도 이런 ‘콘셉트’에 어울린다. 그는 빈곤한 노동자 집안 출신으로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벤처 사업가로 성공했다. 어머니가 마약 중독자였던 그는 가난과 폭력으로 점철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으나 성공한 자신의 얘기로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이런 유명세를 바탕으로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그의 ‘흙수저’ 이미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금수저’ 이미지를 희석해주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또 정치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2016년 대선에 나섰던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서는 기성 정치권을 불신하는 주요 지지층을 위한 선택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렬히 비난하다 충성파로 돌변한 그의 처신은 뒷말을 낳을 수밖에 없다. 그는 2016년 대선에 출마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미국의 히틀러”, “문화적 헤로인”이라는 비난을 가했다. 하지만 정치에 입문하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칭송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밴스 의원을 밀면서 중간선거 전날 오하이오에서 지지 유세를 했다.



밴스 의원은 임신중지와 성소수자 권리 확대에 반대하며 강경 보수 성향을 보여왔다. 그는 2016년 대선 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인 노동자층의 불우함에 관해 불법 이민자들이나 중국에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핵심을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더니 의정 활동을 하면서는 중국 정부를 미국 자본시장에서 차단하고,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서는 항의 농성이 발생한 대학에는 정부 보조금을 끊는 내용의 법안을 주도하는 등 매우 배타적인 성향을 보였다. 그는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우리 나라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수 성향이 강하면서 백인 저소득층에 호소력을 지닌 그를 고른 것은 총격 사건 이후 자신감이 강화되면서 기존 지지 기반을 더 굳히려는 구상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쪽은 밴스 의원의 기회주의적 면모를 계속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와 그의 정책이 부끄럽다고 말하던 그가 어떻게 트럼프의 러닝메이트가 되냐”고 꼬집었다.



밀워키/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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