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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왜 불이 났대, 왜 못 나온거야”...오열과 비명 섞인 장례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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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8월22일 오후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김채운 기자


“어떡해!” “아니야! 아니야!” 오열은, 이내 비명과 뒤섞여 장례식장에 메아리쳤다.



22일 저녁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7명이 목숨을 잃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 화재가 발생한 뒤, 사망자 가운데 4명이 안치된 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 장례식장엔 이날 밤부터 황망한 부음을 들은 유가족의 다급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안치실에 들어가 화재 사망자 명단에 가족이 속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유가족은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소리내어 울고,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견디려 몸부림쳤다.



유가족들은 22일 밤 11시20분께부터 하나 둘 부천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장례식장에 도착해 안치실에 들어선 중년 부부는 자녀의 신원을 확인하고서야 크게 오열했다. 뒤이어 안치실에 들어가 가족의 죽음을 확인한 또다른 유가족이 내뱉는 외마디 비명이, 앞서 죽음을 확인한 첫 가족의 오열과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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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2일 밤 경기도 부천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나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화마는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았다. 23일 새벽 0시30분 부천 보건소장은 화재 현장 브리핑에서 “사망자는 20대 남성 1명과 여성 2명, 30대 남성 2명, 40대 여성 1명, 50대 남성 1명”이라고 설명했다.



운동복 차림으로 사망자의 부모와 함께 부천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친구는 “나랑 운동 가기로 했는데. 아니, 아니, 안돼, 아니야” 소리쳤다. 곁에선 사망자의 어머니는 “근데 불이 왜 났대, 왜 못 나온거야”라고 답 없는 물음을 던지며 친구의 등을 토닥였다.



22일 저녁 7시39분께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9층짜리 호텔 8층 객실에서 시작된 불은 호텔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건물 내부를 연기로 채워 인명피해를 더한 것으로 알려졌다. 객실에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던 걸로 소방 당국은 파악했다. 소방당국은 “2003년 건물이 준공 됐는데 당시는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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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저녁 경기 부천 한 호텔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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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는 8층과 9층에 객실 내부와 계단 복도 등에서 발견됐다. 투숙객 27명 가운데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소방당국이 설치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린 2명은 사망했다. 사상자들은 순천향대병원, 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인천길병원, 다니엘병원, 이대목동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과 함께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에어매트로 피신하려다 발생한 사고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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