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왜… 부동산의 정치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8·1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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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15일 자신의 종합부동산세 완화 언급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다양한 입장을 조정해 가는 게 정치인이고, 국민 뜻을 존중해서 합리적인 결론을 내는 게 우리가 해야 될 일”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출마 선언에서 종부세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당내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 일각의 반발에도 이 후보가 종부세 완화를 밀어붙이는 건 지난 대선 패배 경험 때문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당시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윤석열 대통령에게 득표율 0.73%포인트 차로 패했다. 두 사람의 전국 전체 득표수 차는 24만여 표였다. 하지만 이 후보는 서울에서만 윤 대통령에게 31만표 차이로 졌다. 서울 득표수 차를 줄이거나 이겼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 민주당에선 이 후보가 대선 때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뿐 아니라 강북 지역의 이른바 ‘한강 벨트(마포·용산·성동·광진)’에서 패한 것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
마포·용산·성동·광진구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2022년 기준 종부세 고지 대상자가 각각 2만명을 넘기거나 육박한 곳이다. 마포구 2만6082명(2017년 대비 307% 증가), 용산구 2만6029명(172% 증가), 성동구 2만2942명(345% 증가), 광진구 1만6294명(222% 증가)이 종부세 고지 대상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 자치구의 종부세 고지 대상자가 2만명이면 이들의 가족뿐만 아니라 조만간 종부세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유권자까지 포함해서 자치구당 대략 5만표는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서울 전체로 봐도 2022년 종부세를 낸 사람은 57만5081명으로, 2017년(18만4500명)보다 211.7% 늘어났다.
그래픽=박상훈 |
종부세 완화와 관련한 이 후보 입장은 지난 4·10 총선 승리 이후에 더 확고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 심판론이 일면서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긴 했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종부세에 대한 근본적 입장 변화가 불가피했을 것이란 얘기다.
가령 서울 중·성동을에서 민주당 박성준 의원(6만1728표)은 국민의힘 후보(5만8971표)를 2757표 차로 이겼지만,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옥수동에서는 2155표 차이로 졌다. 강동갑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지만, 고가 아파트가 모여 있는 고덕2동에서는 국민의힘 후보에게 1000표 이상 졌다. 이 후보가 총선 캠페인 기간에 6번 방문한 동작을은 ‘흑석 뉴타운’이 있는 흑석동에서 민주당 류삼영 후보(6633표 득표)가 1만456표를 받은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에게 패했다.
지난 총선 때는 여유 있게 이겼지만 앞으로 선거에선 민주당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선거구도 있다. 지난 총선 때 서울 강동을에서 민주당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를 1만1825표 차로 이겼다. 하지만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1만2032가구)이 오는 11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강화된 실거주 규제로 인해 최근 신축 아파트 단지엔 대부분 집주인이 입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들은 종부세 부과 단지가 될 가능성이 커 종부세 개편 없이는 이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량진 뉴타운이 들어서는 동작갑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후보가 2026년 치러야 할 지방선거 전략 차원에서도 종부세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지방선거 때 유권자는 다른 선거에 비해 지역 개발이나 세금 이슈에 민감하다”며 “서울시장을 가져오지 못하면 이 후보 대선 전망도 장담할 수 없어 지금부터 세제 개편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중산층으로 외연 확장에 나서려는 측면도 있다고 민주당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종부세 완화는 ‘산토끼’를 잡는 전략이라 반대로 ‘집토끼’를 달아나게 할 수 있다”면서도 “지지층의 충성도가 강한 이 후보라면 집토끼를 안 놓치고, 산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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