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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5 (일)

성인들의 3대 여름축제…워터밤·흠뻑쇼·송크란을 위한 변명 [여기 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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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진출하는 토종 페스티벌

조선일보

워터밤 시그니처 지원. /C9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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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섭씨 30도를 육박하는 더위입니다. 장마까지 겹쳐 후덥지근합니다. 덥다고 집에서 에어컨만 켜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큰 맘 먹고 밖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온몸을 감싸는 고온 다습한 공기. 누가 시원하게 등목하듯 물이라도 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29일 강원도 원주 ‘싸이 흠뻑쇼’를 시작으로 3대 여름 축제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5일 일산부터 시작된 ‘워터밤’, 지난 주말 과천 서울랜드에서 열린 ‘송크란(S2O KOREA)’입니다. 매년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고, 한 여름에 먼 곳으로 놀러갈 수 없는 이들의 ‘페스티벌 바캉스’ 역할을 하지만, 항상 ‘물 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비판의 기사들은 너무 많으니, 이번 뉴스레터로는 이들을 위한 변명을 해볼까 합니다. 돈이 되는 여기 힙해 열 한 번째 이야기는 ‘워터밤·흠뻑쇼·송크란’ 입니다.

페스티벌소속사기타
S2O KOREA(송크란 코리아)BEPC탄젠트CJ ENM 자회사
싸이 흠뻑쇼피네이션해외 활동은 하이브 산하 ‘SB 프로젝트’가 담당
워터밤메이드온티켓 구매, 관람객 소통 플랫폼은 ‘이터널에디션즈’


◇해외로 진출하는 토종 페스티벌 ‘워터밤’

워터밤은 2015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처음 개최됐습니다. 당시 대표 가수는 하하와 DJ DOC, 박명수였습니다.

여름에 하는 페스티벌은 많습니다. 이름에 ‘워터’가 없더라도 대부분 물을 사용합니다. 워터밤의 특징은 ‘관객 참여형’ 입니다. 매년 색으로 팀을 나누고, 관객들은 그 팀에 맞는 옷을 입고 상대팀과 물총 놀이를 합니다. 물총을 쏘다보면 처음 보는 사람과도 순식간에 친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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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밤 백호. /플레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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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지만 낯 가리는 한국 관객들을 모두와 어울리도록 하는 것은 매년 페스티벌 주최자들의 고민이었습니다. 여름 축제 현장에 가면 다들 서먹서먹합니다. 좋아하는 가수가 나오지 않을 때는 관객들이 빠져 썰렁합니다. 같이 온 친구나 가족이 아니면 함께 잘 놀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워터밤에서는 초대 가수도 같이 팀을 나눠 함께 물총 놀이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워터밤은 블라인드 티켓(가수가 공개되지 않은 표)도 매진되는 몇 안 되는 공연입니다. 공연 후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정보량도 많습니다. 작년엔 권은비, 올해는 시그니처 지원 등 매년 새로운 스타가 탄생합니다. 가요계 관계자는 “워터밤에서 화제를 모은 뒤 광고와 방송, 대학 축제에 섭외되는 사례가 생기다 보니 아티스트에게는 워터밤이 자신의 인지도, 이른바 ‘체급’을 높일 수 있는 무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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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밤 서울 2024' 야외무대 오른 라이언 레이놀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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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밤은 한국의 청년들이 만든 ‘토종 페스티벌’입니다. 장르도 K팝, 힙합 등 다양합니다. 한국은 대관료가 비싸고, 공연 공간이 부족합니다. 팬덤이 부족한 가수들은 소극장 공연을 열기도 벅찹니다. 워터밤은 실력 있는 신인들이 설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대입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해외 진출도 합니다.

지난해 4월 워터밤은 국내 페스티벌 최초로 해외에 진출해 태국 방콕에서 공연했습니다. 그해 7월에는 일본 나고야 투어도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미국, 두바이, 싱가포르, 홍콩, 일본, 태국, 대만, 필리핀,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10여개 국가에서 열립니다. 한국 대표 페스티벌이 되다보니, 지난 5일 워터밤 서울에는 마블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홍보차 방한한 할리우드 스타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이 참석해 관객들과 물총을 쏘며 놀기도 했습니다. 워터밤 이야기를 들은 그들이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합니다.

◇싸이가 뜨면 전국이 들썩…남녀노소 즐기는 ‘흠뻑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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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흠뻑쇼. /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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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워터밤’ 이전에 ‘흠뻑쇼’가 유명했습니다. 방한하는 해외 인사들은 “흠뻑쇼 한 번 가보는게 소원”이라고도 합니다. 전 세계를 ‘강남스타일’(빌보드 2위)과 ‘젠틀맨(빌보드 5위)’으로 들썩이게 한 남자, 전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떼창과 떼춤이 가능하게 만드는 거의 유일한 가수입니다.

흠뻑쇼에서는 매번 연령대 체크를 합니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남녀노소 고르게 분포돼 있습니다.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는 히트곡을 많이 가진 가수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서울 공연은 대중가요 공연 중 가장 많은 티켓 판매액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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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뻑쇼의 싸이. /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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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데뷔한 싸이는 공연형 가수입니다. 그의 공연은 여름에 물을 뿌리는 ‘흠뻑쇼’, 겨울에 밤을 새우며 하는 ‘올나잇 스탠드’로 나뉩니다. 그의 공연을 가만히 앉아서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모두들 일어나서 함께 춤을 추며 봅니다. 한여름에 공연을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운 날 등산하다 뿌려지는 등목처럼, 공연 중 뿌려지는 것이 물입니다.

흠뻑쇼의 또 다른 특징은 전국을 돌며 펼쳐지고, 그때마다 지방 상권을 들썩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올해는 원주·광주·대구·과천·대전·속초·부산·인천·수원에서 열립니다. 지난해에는 여수·보령·익산 등 평소 콘서트가 잘 열리지 않는 곳에서도 개최됐습니다. 전남 여수 공연과 충남 보령 콘서트 티켓은 인근 약 10개 군부대 장병에게 무료로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지방 공연마다 숙박비가 오르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이비자보다 더 즐겁다...이국적인 ‘송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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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okorea. /BEPC탄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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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국민축제 ‘송크란’을 본따 만든 ‘S2O KOREA(Songkoran+H2O)’는 보다 이국적입니다. EDM(전자음악) 기반의 페스티벌인 만큼 유럽 유명 페스티벌 같은 광경이 펼쳐집니다.

DJ 라인업도 탄탄합니다. 올해는 세계 최고 여자 DJ인 네르보 자매, 월가 점령 시위로 유명한 가이 포그스 가면이 상징인 니키 로메로 등이 방한했습니다. 그들의 음악에 모두 열광하고 춤을 추지만, 흙바닥이라 워터파크만큼 미끄럽지 않습니다. 물을 맞으며 한껏 춤추다 보면 한 주간의 스트레스도 사라집니다. S2O 관계자는 “수돗물을 특수제작한 수조에 담아놓고 계획된 특수효과에 따라 물을 살수하고 있다”며 “허투루 사용되는 물이 없도록 최대한 계획적으로 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크란을 주최하는 BEPC탄젠트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라이브뮤직 페스티벌을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월드디제이페스티벌’, ‘서울파크뮤직페스티벌’, ‘GS25뮤직앤비어페스티벌’ 등 일 년에 약 12개 이상의 페스티벌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2003년 설립됐고, 2019년 CJ ENM이 지분 51%를 인수해 현재는 자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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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okorea. /BEPC탄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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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감독 출신인 김은성 대표는 페스티벌 불모지인 한국에서 기반을 다진 인물입니다. 특히, 17년째 진행되는 토종 EDM 페스티벌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은 역으로 해외 수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 공연에는 ‘타이탄’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비행기 공포증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해외 공연을 잘 하지 않는 47세 전설적인 디제이 에릭 프리즈를 섭외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주말마다 다양한 페스티벌이 개최되다 보니 혼자 페스티벌을 가는 ‘솔플(솔로 플레이)’도 유행입니다. 페스티벌 친구를 찾고 티켓을 구매하는 소통앱 ‘이터널 에디션즈’가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는 매년 토마토 낭비 논란에 휩싸입니다. 독일 옥토버페스트는 과도한 음주가 매번 논란이지요. 이런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스페인은 상품성 떨어지는 토마토를 사용하고, 독일은 음주 보안요원 배치를 늘리는 등의 노력으로 매년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며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축제도 잘못된 점이 있으면 수정하고 고치면서 세계적인 축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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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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