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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1 (수)

믿었던 펠로시마저 "바이든 결정 내려야"…후보 사퇴 촉구 둑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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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민주당 양원의 집단 후보 사퇴 촉구를 피하며 고비를 넘기는 듯 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내 영향력이 큰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발언 및 첫 상원 공개 사퇴 촉구 등에 직면하며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대규모 기금 행사를 주도했던 배우 조지 클루니가 바이든 대통령 사퇴를 공개 촉구하며 기부자 이탈도 우려된다.

10일(이하 현지시간) 펠로시 전 의장은 미 MSNBC 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를 지지하냐는 질문을 받고 "출마 여부에 대한 결정은 대통령에 달려 있다"고 확실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그가 결정을 내리길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사회자가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출마를 고수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상기시키며 다시 한 번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하기를 원하냐고 물었지만 펠로시 전 의장은 "나는 그가 결정한 대로 하길 바란다"고만 했다. 펠로시 전 의장은 "사람들은 그가 결정을 내리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하고 "그가 무엇을 결정하든 우리는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은 재차 공개적으로 출마 의사를 표명한 바이든 대통령의 이미 내려진 '완주 결정'에도 불구하고 펠로시 전 의장이 다시 "결정"을 내리라고 촉구한 것으로 읽히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명시적 사퇴 촉구는 없었지만 사실상 다른 결정을 내리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펠로시 전 의장의 발언이 바이든 대통령의 거듭된 출마 주장을 "무시한 것"으로 향후 민주당 내에서 새로운 사퇴 촉구 물결이 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봤다. <뉴욕타임스>(NYT)도 펠로시 전 의장이 "민주당 지도부가 더 강하게 반발할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펠로시 전 의장은 인터뷰에서 9일부터 11일까지 미 워싱턴DC에서 진행 중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등을 언급하고 민주당 동료들을 향해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 잠시 보류하라"며 "이번주 상황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지켜볼 때까지 (사퇴에 대한 의견을) 테이블 위에 올릴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십 년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정국을 헤쳐 온 민주당 동료이자 20년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맡다가 지난해 하원의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하원 민주당 동료들로부터 "명예 의장" 대우를 받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 중인 펠로시 전 의장의 이러한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담일 수 밖에 없다.

10일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전·현직 의회 보좌관들이 펠로시 전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민주당 권력자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의회 지도부와 가까운 한 전직 보좌관은 신문에 "바이든 대통령에 무엇이든 말할 엄숙함과 용기를 가진 사람은 오직 펠로시 전 의장 한 명뿐"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이 펠로시 전 의장의 말을 경청할 것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펠로시 전 의장이 늘 신중하고 의도적인 발언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발언 시점과 발언 매체에도 주목했다. 펠로시 전 의장의 MSNBC 인터뷰 다음날인 11일엔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고 펠로시 전 의장이 출연한 프로그램은 바이든 대통령이 즐겨 보는 아침 시사 방송 '모닝 조(Morning Joe)'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모닝 조'와의 인터뷰에서 경선 완주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미 NBC 방송은 한 민주당 하원의원이 펠로시 전 의장 발언이 바이든 대통령을 둘러싼 광란에 계속해서 먹이를 주고 있다며 "그(펠로시 전 의장)가 하는 모든 일은 의도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펠로시 전 의장은 <뉴욕타임스>에 보낸 성명에서 MSNBC와의 인터뷰 중 "대통령에게 결정을 재고하라고 말한 적은 없다. 결정은 대통령 몫"이라고 해명했다.

10일 바이든 대통령이 30년 이상 머문 상원에서도 처음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대선 후보 공개 사퇴 촉구가 나왔다. 피터 웰치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국익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경선에서 물러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버몬트주를 지역구로 둔 웰치 의원은 "일반 버몬트 주민들은 이번엔 그(바이든 대통령)가 이길 수 없다고 걱정하고 트럼프의 또 다른 대통령 임기를 두려워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금" 후보직을 내려 놓을 것을 촉구했다. 웰치 의원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유능하고 검증된 지도자"이고 "당선 가능한 젊고 활기찬 민주당 주지사와 상원의원들"도 경합주에 포진해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의 반란도 계속됐다. 10일 팻 라이언 하원의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익을 위해, 나의 두 어린 자녀들을 위해, 나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차기 대선에서 물러나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들을 위한 다리가 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얼 블루메나워 하원의원도 성명을 통해 "이는 단순한 대통령 임기 연장이 아닌 민주주의 수호에 관한 문제"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까지 9명의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기부자들도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마음이 떠났다는 보도가 나온다. 지난달 헐리우드에서 바이든 대통령 재선을 위한 2800만 달러(약 386억 원) 규모의 거대 기금 모금 행사를 주도한 배우 조지 클루니는 10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해당 모금 행사에서 본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의 조 바이든이 아니었다. 그는 우리 모두가 그 토론(첫 TV 토론)에서 목격한 것과 같은 사람이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선 후보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클루니는 기고에서 "우리는 이 대통령으로는 11월에 승리할 수 없다. 하원에서도 이길 수 없고 상원도 잃게 될 것"이라며 "이는 나만의 의견이 아니라 사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모든 상원의원, 하원의원, 주지사들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의원들이 댐이 무너지는지 지켜보고 있지만 "댐은 이미 터졌다"며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펠로시 전 의장 등 당 지도부가 바이든 대통령에 자발적으로 물러나기를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BC는 바이든 재선 캠프와 가까운 4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달 바이든 캠프 기부금이 크게 감소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두 소식통은 이달 고액 기부자 기부금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봤으며 한 소식통은 "자금줄이 완전히 막혔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상황이 "이미 재앙적"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캠프 쪽은 기부금이 줄었다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며 소액 기부금의 경우 7월 첫 주 캠페인 시작 이래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NBC에 지난달 27일 토론 뒤 초반엔 기부자가 증가했지만 곧 감소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일부 모금 담당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최종 지명될지 확신하지 못해 기부자들에게 연락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바이든 대통령이 하원 흑인 의원 모임(블랙 코커스) 및 히스패닉 의원 모임 등에서 지지를 받고 당 지도부의 공식 사퇴 촉구를 피하며 당내에선 숨을 돌렸을지 몰라도 기부자 쪽 상황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기부자들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돈줄이 "말라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에 기반을 둔 한 민주당 기부자는 "현재로선 바이든 대통령을 위한 주요 기부자 모금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너무 빠르게 무너지고 있어서 그(바이든 대통령)가 경선에 남는 것이 특히 어려울 것"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전직 펀드 매니저이자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인 휘트니 틸슨은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나면 기부자들의 근심이 사라지고 "아직 아무에게도 기부하고 있지 않은 기부자들의 관심과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전망했다.

프레시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및 파트너국 정상 초청 만찬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건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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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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