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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과거 발언 논란 커지는 트럼프 러닝메이트, 이번엔 "트럼프는 나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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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이하 밴스)이 과거에 했던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했던 예전 발언들도 주목받고 있다. 밴스와 친분이 있었던 한 변호사가 이러한 메시지를 공개했는데, 그는 밴스가 2021년 정치 참여를 선언한 것을 기점으로 변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29일(이하 현지시각)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밴스와 예일대학교 로스쿨에서 함께 공부했던 디트로이트 주 변호사 소피아 넬슨이 2014년부터 17년까지 밴스와 나눴던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90여 통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밴스는 (넬슨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종차별'을 하고 있으며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인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며 "이는 그가 '네버 트럼프'(Never Trump,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절대 안된다)에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바뀌었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보도했다.

넬슨은 지난 2015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부각될 때, 자신을 포함한 예일대의 친구들은 온건한 공화당 지지자인 밴스가 트럼프의 출마에 반대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고 전했다.

넬슨과 밴스는 인종차별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지난 2014년 8월 9일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18세 흑인 남성 마이클 브라운이 경찰에 의해 사망한 사건에 대해 밴스는 "나는 경찰이 싫다. 지난 몇 년간 내가 겪은 부정적인 일들을 볼 때 흑인이 어떤 일을 겪는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며 흑인 피해자를 옹호하기도 했다.

그 다음해인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시의 흑인 교회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에서 밴스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의회에 남부연합기(미국 내 인종주의를 상징하는 깃발)가 휘날리는 것과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는 것"사이의 연관성을 왜 사람들이 볼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분노했다.

밴스는 넬슨과 주고 받은 이메일에서 트럼프를 "재앙"이라고 말했으며 "그는 단지 나쁜 사람일 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도 밴스는 현재와 다른 태도를 보였다. 넬슨은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인데, 밴스는 넬슨이 성전환 관련 수술을 한 이후 집에서 만든 빵 등을 전달하기도 했다.

넬슨은 신문에 "밴스는 나에게 '너의 행동이 이해는 안되지만, 너를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이건 당시 저에게 큰 의미였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문은 "밴스가 오늘날 '극우 전사'로 여겨지는 것과 꽤 다른 모습을 보였다"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이들 사이 오간 메시지에서 밴스는 넬슨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려는 의지를 보여 준다"라며 "이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명백하게 드러난 반(反) LGBTQ+(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등 성소수자를 의미) 정서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라고 해석했다.

밴스는 2015년 이후 캘리포니아로 이사한 뒤 성 소수자들 축제에 가봤다며 넬슨에게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좀 더 사교적인 파티라고 느껴졌다. 행복한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라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인 2017년 1월 밴스는 "매우 비관적"이라며 "1960년대 민권운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고, 우리(미국) 사회가 그 정도, 혹은 그에 가까운 것을 성취할 만큼 건강한지 궁금하다"라고 넬슨에게 말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밴스는 트럼프의 대선 출마에 대해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언론과 좌, 우파 엘리트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저 바보같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을 보라'라고 한다면 트럼프의 출마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을 결코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 주류 정치인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던 밴스는 2021년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하겠다는 선언을 한 전후로 성소수자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넬슨은 2021년 미성년자인 성적 소수자들의 성전환을 위한 치료 등을 금지하는 아칸소주의 결정을 밴스가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2016년 출간된 밴스의 저서 <힐빌리의 노래>를 언급하며 "그는 백인 노동자 계급을 자유주의 엘리트들에게 설명하는 '네버 트럼퍼'가 되면서 엄청난 성공과 부를 얻었"지만 "이제 그는 정반대의 인식을 드러내면서 더 권력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넬슨은 신문에 트럼프와 밴스를 반대한다면서, 자신과 밴스가 나눈 이메일이 유권자들에게 밴스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밴스 선거 캠프 대변인 루크 슈뢰더는 신문에 "개인이 10년 동안 했던 사적인 대화를 유출하기로 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밴스 상원의원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넘어 개인들과의 우정을 중요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밴스 측은 "10년 전 자신의 견해 중 일부가 가정을 꾸린 뒤 바뀌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대해 밝혔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바꾼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며 "이견이 있지만 소피아 (넬슨)을 아끼고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밴스 상원의원이 28일(현지시각) 미네소타주에 방문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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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는 지난 2021년 7월 미 방송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 등을 지목하며 미국이 "자녀 없는 캣 레이디(cat lady, 자식 없이 고양이를 키우는 여성)무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2014년 현재의 남편인 더그 엠호프와 결혼해 전처 사이에서 얻은 콜과 엘라 두 자녀를 직접 양육했다. 이에 밴스가 난임, 입양, 재혼 가정 등 미국의 다양한 가족들을 모두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또 28일 미국 방송 CNN은 밴스가 지난 2022년 1월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전국적으로 임신 중절이 불법화되길 바란다"라며 민주당 기부자인 조지 소로스가 "매일 비행기를 통해 흑인 여성들을 캘리포니아로 보내 임신중절을 시킬 것이고 좌파들은 이를 다양성의 승리로 축하할 것"이라고 말해 흑인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29일 미 정치 전문 매체인 <더힐>은 밴스의 이러한 과거 발언이 트럼프 전 대통령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공화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발언을 상쇄시킬 인물을 부통령 후보로 내세웠어야 했는데, 밴스가 이와 유사하거나 이보다 심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 계속 드러나면서 선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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