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깎아내리고 정치권을 분열시키는 '막말'이 여의도를 강타하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거친 언행은 '팬덤 정치화'된 정치권에서 지지자들 호감을 얻고 쉽게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증오와 혐오를 유권자들에게 일상화하는 부작용을 끼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4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중단 표결을 앞두고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막말을 주고받으며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진 의원이 단상을 에워싼 여당 의원들을 향해 "마무리하고 들어가세요"라고 소리치자, 배 의원이 이를 되받아치면서 두 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진 의원이 "무슨 소리야"라고 외치자, 배 의원은 "들어가"라고 되받았다. 진 의원이 "어디다 대고" 하면서 다가가자, 배 의원도 "뭐뭐뭐뭐 쳐봐"라며 다가갔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논평 중 '한·미·일 동맹' 표현을 두고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라고 발언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사이에 막말과 고성이 오갔고 대정부질문은 파행했다.
특히 문제 원인으론 강성 지지층을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지적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 위기에서 온라인상 정치적 양극화가 굉장히 강해졌다"며 "강성 지지층이 주도권을 갖게 되고 정치인들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막말 강도가 점점 세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선 이런 상황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민주당 당원 커뮤니티에선 당원들이 김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밀자"며 적극 지지하고 있다.
[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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