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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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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항모 자리 비운 틈 노렸다...中, 주변국 위협에 항모 첫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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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산둥함 항모 루손섬 부근 해역 출동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국 필리핀 위협

”미 항모 대적 못해도 주변국 위협용으로 쓸 것이라는 우려 현실화”

조선일보

6월17일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세컨드 토머스 숄 인근 해상에서 "중국 해안경비대가 도끼를 휘두르며 필리핀 해군 선박을 공격했다"며 필리핀군이 공개한 사진. 작은 사진은 이 공격으로 필리핀 해군의 휴대전화와 통신 장비 등이 망가진 모습이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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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에 있는 모래톱 세컨드 토마스 숄(아융인섬, 중국명 런아이자오)을 둘러싸고 중국과 필리핀이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죠. 지난 6월17일에는 중국 해경이 이 모래톱에 주둔 중인 해병대 병사들에 보급품을 전달 하러 가던 필리핀 선박을 막아 세우고 도끼 등으로 공격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로도 분이 풀리지 않은 건지 이번에는 중국의 첫 국산항모인 산둥함을 동원해 필리핀을 위협했습니다. 산둥함은 6월26일 필리핀 북부 루손섬 서쪽 200해리(약 370㎞) 해상까지 접근해 무력시위를 벌였다고 해요. 중국 항모가 주변국 위협용으로 투입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중국 항모는 성능과 운용 경험 측면에서 미국 항모에 크게 뒤진다는 평가를 받아요. 하지만 해군력이 약한 주변국에는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는데, 이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중국의 첫 항모인 랴오닝함은 정기 보수가 진행 중이고, 세 번째 항모 푸젠함은 시험 항해를 하고 있어 산둥함은 중국이 현재 운용 중인 유일한 항모이죠.

◇스스로 위협 사실 공개

산둥함 항모가 루손섬 서쪽 해역으로 진출한 사실은 6월26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 지리정보회사 미자르비전(MizarVision)이 웨이보에 산둥함의 위치를 담은 지도와 위성사진을 올렸어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월30일 이 회사가 올린 위성사진과 유럽우주기구(ESA) 센티널 1호가 찍은 위성사진 등을 근거로 “산둥함이 필리핀 주변 해역으로 진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군사전문가인 니러슝 상하이 정법대 교수는 이 신문 인터뷰에서 “산둥함의 항해는 필리핀과 미국을 저지하면서 해양 영토 주권을 지키겠다는 중국의 단호한 결심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어요. 필리핀을 위협할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겁니다.

마닐라에 본부를 둔 필리핀 싱크탱크 국제안보개발협력(IDSC)의 체스터 카발자 대표도 “항모 순찰은 안보 문제와 관련해 경고의 깃발을 들었다는 의미”라면서 “이런 행보가 더 잦아질 것”이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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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리정보회사 미자르비전(MizarVision)이 6월26일 웨이보에 올린 산둥함 위성 사진과 지도.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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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속 미사일 사거리 밖서 대기

중국 해경이 칼과 도끼, 망치 등을 들고 비무장상태의 필리핀 병사들을 공격한 사건은 중국의 국제적인 이미지에 먹칠을 했습니다. 필리핀은 이 장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 국제사회에 공개했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이 사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필리핀은 물대포 공격, 레이저 겨냥 등 중국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 100차례 이상 항의했지만, 중국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단순한 항의 이상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산둥함의 무력시위는 이런 상황에서 나왔어요. 6월25일 하이난다오를 출발한 산둥함은 6월26일 루손섬 서쪽 해역에 도착해 다음날인 6월27일까지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산둥함은 370㎞ 이상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다고 해요. 홍콩과 대만 언론에서는 필리핀군이 지난 4월 인도에서 인수해 배치한 브라모스 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경계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브라모스 순항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 290㎞ 밖에서 대기했다는 거죠.

산둥함은 중국이 2019년 개발해 실전 배치한 중형 항모로 만재 배수량은 6만~7만톤 정도입니다. 2012년 옛소련의 바랴그 항모를 개조해 첫 항모 랴오닝함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운 기술로 자체 제작한 국산 항모이죠. 옛소련의 스키점프대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중무장한 함재기 이륙이 어렵고, 탑재 가능한 함재기 숫자도 J-15 24대 정도에 불과합니다. 규모나 전투력에서 미국의 대형 항모와는 큰 격차가 있죠. 그래도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주변 남중국해 분쟁국에는 큰 위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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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모 산둥함이 필리핀 루손섬 부근 해역에 진출했다고 보도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6월30일 기사. /SCMP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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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는 격’ 논란

남중국해 도서 분쟁에 항모까지 동원한 데 대해 중국 국내외에서는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꺼내 든 격이라는 비판이 나와요. 게다가 이 지역에 배치된 미국의 핵 추진 항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이 한미일 연합 훈련을 참가하느라 남중국해를 비운 시기를 노린 것도 꼼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루즈벨트함은 7월3일 남중국해로 복귀했어요.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중국은 “정상적인 훈련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군사전문가 장쥔은 관영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산둥함은 2019년 취역한 이후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등 여러 곳에서 훈련했다”면서 “이번에 남중국해에 간 것도 정상적인 훈련일 뿐”이라고 했더군요.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를 포함한 남중국해 대부분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남중국해 여러 도서와 암초 등을 군사기지화하고 있습니다. 유엔 국제중재재판소는 2016년 필리핀 정부가 제기한 관련 소송에서 이런 중국의 주장이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어요.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UNCLOS)에도 위배된다고 했습니다. 이 협약은 해안선에서 12해리까지를 영해로, 200해리까지를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인정하고 있죠. 그런데도 중국은 이 판결을 무시하고 국제법에 따른 자원 개발과 어로 활동을 방해해 동남아 주변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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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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