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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스티그마 효과와 쿠팡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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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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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마 효과’는 사회학자 하워드 S. 베커가 1960년대 제창한 ‘낙인 이론’에 기반한 용어로, 한번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히면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나쁜 사람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사람은 나쁜 행동을 강화하게 돼 결국 부정적 인식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스티그마는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노예나 죄수, 범죄자 등 윤리적·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자들의 신체에 찍는 일종의 ‘낙인’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라틴어로 스티그마라는 단어 자체가 빨갛게 달군 인두를 가축의 몸에 찍어 소유권을 표시하는 낙인을 뜻한다.



본래 사회심리학 용어지만 경제학에서는 기업이 시장·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될 경우, 추후 어떤 서비스·상품을 내놓아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상을 설명할 때 널리 쓰인다. 예를 들어 한번 부도가 났던 기업은 건전성을 회복하더라도 충분한 신뢰를 얻기 어려워 이후 신용위기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더 빨리 회수하게 돼 이로 인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요사이 유통업계 최대 화두는 ‘쿠팡’이다. 최저가·로켓배송으로 무장해 시장을 장악한 쿠팡은 지난해 31조원 매출에 617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유통업계 최강자가 됐다. ‘이마롯쿠’(이마트·롯데·쿠팡)라는 서열도 ‘쿠이마롯’(쿠팡·이마트·롯데)으로 바꿔 썼다.



하지만 초고속 성장과는 반대로 쿠팡의 이미지는 급락 중이다. 재취업 기피 노동자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는 의혹으로 물의를 빚더니, 4990원이던 월회비를 7890원으로 올려 소비자의 반발을 샀다. 또 자체브랜드(PB) 상품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임직원을 동원해 후기를 올리는 등 부당행위를 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뿐만 아니다. 배송 노동자에게 건당 100원에 프레시백을 회수하게 하고, 사진까지 찍어 증명할 것을 요구해 ‘노동착취’라는 비난을 샀다. 주 63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40대 배송 노동자가 과로사했다는 의혹도 또다시 불거졌다.



이 모든 게 올해 상반기에 벌어진 일들이다. 그런데도 쿠팡은 사과나 반성 따윈 없다. 공정위 과징금엔 ‘로켓배송을 중단하겠다’는 겁박으로 대응하고, 노동착취·과로사 책임은 대리점에 떠넘긴다. 이대로 가면 ‘쿠팡은 비도덕적 기업’이라는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찍히는 건 시간문제다.



유선희 경제산업부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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