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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사설] “채 상병 사건 본질은 박정훈 항명”이라는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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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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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채 상병 사건의 본질은 국방부 장관의 정당한 이첩 보류 지시 명령을 박정훈 수사단장이 어긴 항명 사건이 실체이고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의 수사 개입 의혹이 짙어지는데도, 해명은커녕 ‘항명 사건’으로 호도한 것이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방침도 거듭 확인했다. 국민적 의구심에 적반하장으로 대응하는 격이다.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대통령실 참모들은 윤 대통령을 향해 제기된 의혹을 비호하는 데 총력전을 폈다. 정 실장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은 “전언의 전언을 통해서 들은 주장과 느낌만 있을 뿐 실체적 증거가 없는” 사건으로 단언했다. 반면, 박정훈 단장이 경찰에 수사기록을 이첩한 것은 “직속상관인 장관의 정당한 명령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기소”된 것으로 실체와 증거가 나와 있는 만큼 채 상병 사건의 ‘본질’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채 상병 사건 기록이 이첩되던 날 국방부 인사들과 수차례 통화하는 등 외압 행사의 정황은 연일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를 명확히 규명하자는 요구엔 귀 막은 채, 박 단장의 ‘이첩 보류 지시 거부’가 사건의 “실체이고 본질”이라고 주장하는 건 얼토당토않은 궤변이다.



정 실장은 또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특검 추천에도 대통령 ‘의중’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대통령 자신이 연루된 사안에 대통령이 입김을 행사하겠다는 인식 자체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을뿐더러 국민 앞에 염치없는 행동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한 박영수 전 특검도 야당 추천이었다.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이던 윤 대통령이 독립적 특검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수사 외압 의혹의 단초가 된 지난해 7월31일 국가안보실 회의의 ‘대통령 격노설’에 대해서도, 회의 직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걸려온 대통령실 내선번호 출처에 대해서도 부인하거나 명확히 밝히기를 거부했다. 국민을 대신해 국회가 설명을 요구하는 자리인데도, 상식적이지 않은 언사를 늘어놓으며 쟁점을 피해 가는 데 급급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윤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조작’ 발언 등도 기존 입장 반복에 그쳤다. 대통령실은 민심과 괴리된 상황 인식이 국민적 불신만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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