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석·이가영의 사건노트]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저서 사인회에 참석한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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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축구선수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 감독이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했다. 손 감독이 운영하는 SON축구아카데미에서 축구를 배우던 중학생 A군을 때리고, 욕설했다는 혐의였다. A군은 ▲엎드린 자세로 맞아 붓고 피멍이 들었으며 ▲수시로 심한 욕설을 들었고 ▲목덜미를 붙잡히고 밀쳐졌다고 주장했다.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는 말이 있다. 훈육에는 체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때려서라도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하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단원 김홍도의 ‘서당도’를 보면, 훈장님에게 회초리 맞고 눈물을 닦는 어린아이가 나온다. 학창 시절에 잘못하면 ‘사랑의 매’를 맞곤 했다. 이것이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어떨까?
◇아이의 잘못을 훈육하려는 의도의 폭행도 범죄?
2018년 5월 MBC '스포츠탐험대'와의 인터뷰에서 손웅정 감독이 "흥민이를 많이 팼다"고 말하고 있다. /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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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손흥민은 과거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엄청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혹독한 교육법이 지금의 손흥민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법적으로 바라봤을 때는 어떤가요?
A. 사람을 때리면, 폭행죄나 상해죄에 해당합니다. 만약 ‘훈육봉’이라는 이름의 막대기로 때렸다면, ‘위험한 물건’으로 때린 것이어서 특수폭행죄, 특수상해죄로 가중 처벌됩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때리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범죄가 성립해 처벌될 수 있습니다.
Q.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부모나 교사가 때렸다면, 폭행죄나 상해죄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잘못을 훈계하려는 의도였다면, 좀 달리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A. 사람을 때리는 건 범죄입니다. 하지만,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사람을 때리는 것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컨대, 칼을 든 강도가 나를 죽이려는 것에 저항하다가 강도를 때렸다면, 이를 폭행죄나 상해죄로 처벌해서는 안 되겠죠. 이런 경우 정당방위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해 처벌하지 않습니다.
과거, 부모가 자식을 훈육‧징계하려고 때리는 것이 어느 정도 허용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예컨대, ▲교육 목적상 불가피했고 ▲다른 방법으로는 훈육‧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웠으며 ▲폭력 수단‧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 정도의 객관적 타당성이 있다면, 법률적으로 ‘위법성이 없는 정당 행위’로 봐서 처벌하지 않았던 거죠.
이 시절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 체벌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고, ▲민법에 규정된 ‘부모의 징계권’을 근거로 체벌권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Q. 그러면 지금도 부모와 교사의 체벌권이 인정되나요?
A. 지금은 시대가 변했습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민법이 개정되어 훈육‧징계 목적이라도 때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아동을 때리는 것을 ‘신체적 학대’로, ▲심하게 욕설하는 것은 ‘정서적 학대’로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 처벌합니다.
이제는 폭력을 교육의 수단으로 삼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든 거죠. 사회 통념이 과거와 달라진 것입니다. 물론, 지금도 ‘위법성 없는 정당행위’가 인정될 수는 있지만, 그 범위는 과거에 비해 대폭 축소될 겁니다.
◇체벌에 대한 부모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면, 처벌 면할까?
2011년 3월 독일에서 만난 열아홉살 손흥민 선수와 그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 /장민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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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손웅정 감독 측도 체벌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보는 앞에서 플라스틱 봉으로 한 대씩 때렸다는 건데요. 체벌 시 부모의 암묵적 동의가 이뤄졌다면 아동학대가 아닐 수도 있나요?
A. 부모의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체벌은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아동은 부모와 다른 사람이고, 별개의 인격체이기 때문입니다.
아동학대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체벌이 교육 목적에 부합했는지 ▲체벌 외에 다른 훈육 방법은 없었는지 ▲체벌 수단 및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입니다.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Q. 손웅정 감독이 운영하는 아카데미뿐 아니라 학원가에서는 ‘스파르타식’이라면서 엄격하게 교육하는 방식을 홍보하는 곳이 있습니다. 부모들도 이런 방식에 동의하고 학원에 보낸 것일 텐데, 아동학대 사건에서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요?
A. 엄격한 교육과 학대‧폭력적 교육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엄격한 교육을 빙자해서, 아동을 학대하거나 때리는 것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습니다.
법률적인 관점에서 ‘피해자의 승낙’을 이유로 위법성을 부정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피해자가 승낙했는데, 왜 범죄냐는 거죠.
이 때문에, ‘스파르타식 교육’이라는 이름의 체벌에 부모와 아동이 동의했다면,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승낙을 이유로 위법성을 부정하는 것은 그 승낙이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경우로 한정됩니다. 그래서 ‘학대‧폭력적’ 체벌은 피해자가 승낙했더라도 처벌됩니다.
◇합의금 20억원 요구, 합리적?
Q.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A군의 부모는 “변호사가 (합의금으로) 20억원을 요구하고, 5억원 밑으로 합의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수억 원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손흥민 이미지가 실추되고, 아카데미가 폐업할 수도 있다며 압박했다고 하고요. 적절한 건가요?
A. 피해자 측에서 통상적인 합의금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을 요구한 것은 맞습니다.
합의도 협상입니다. 미합의 시 잃는 것이 많다면 합의금이 올라가는 것이 통상입니다. 가해자가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더더욱 그렇지요.
하지만,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했다가 합의가 결렬되기도 합니다. 이때 가해자는 형사 공탁을 하게 되는데, 법원은 이를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합니다. 통상의 공탁금보다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한다면 어떤 게 유리할지 비교하면서 당사자 간에 줄다리기가 이뤄질 겁니다.
이 사건은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일어난 일입니다. 부디 사회통념에 맞게, 교육적으로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 변호사. /조선DB |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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