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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위법한 ‘2인 체제’로 ‘MBC 장악’ 속도전 방통위, 국회에 대한 선전포고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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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상인 위원이 28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2024년 제32차 방송통신위원회 회의를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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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28일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를 비롯한 공영방송 3사 이사진 선임 계획을 의결했다. 대통령이 지명한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명만으로 비정상 운영 중인 방통위가 정권의 의중대로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를 밀어붙이겠다는 무리수를 기어코 실행에 옮긴 것이다. 방통위 파행 운영 등을 이유로 야 5당이 전날 김홍일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되레 기습적으로 공영방송 장악 수순에 나섰다. 국회도, 법도 무시하겠다는 안하무인 국정의 극치다.



방통위는 대통령 지명 2명, 여당 추천 1명, 야당 추천 2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관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부터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장과 부위원장 2명만으로 주요 사안을 처리해왔다. 야당 몫 위원이 추천됐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미루며 기형적 체제를 방치했다. 이에 대해 법원도 위법성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법은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임명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방통위법은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에 반영해서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도록 한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데 (해당 이사 임명은) 단 2명의 위원들의 심의 및 결정에 따라 이루어져 방통위법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위법적인 2인 체제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5당이 27일 공동 발의한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의 핵심 사유다. 탄핵소추안은 다음달 3~4일 표결될 예정이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보란 듯이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계획을 의결했다. 법원과 국회가 아무리 위법성을 지적해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식이다. 민주·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임 이동관 위원장처럼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기 전에 사퇴하면 그만이라는 심산인가. 법과 상식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국정 운영이다.



더구나 현재 국회에서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과 사장 선출 방법 등을 규정한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의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설령 방통위가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해도 국회가 법 개정을 추진하는 사안이면 그 결과를 지켜본 뒤 일을 처리하는 게 맞다. 하물며 위법적 상태인 방통위가 국회의 입법 논의마저 무시한 채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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