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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바이든에 “재앙” “도박”…교체 여부는 여론 추이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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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버지니아 체서피크에서 지난 28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해고됐다’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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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에서 ‘고령 리스크’를 고스란히 드러낸 조 바이든 대통령(81)을 대선 후보에서 교체하자는 요구가 민주당 주요 지지자들과 주류 언론에서 분출하고 있다. 사실상 후보로 확정돼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을 후보에서 바꾸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여론의 향방이 변수가 될 수 있다.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는 실리콘밸리에서 민주당 거액 기부자들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인지력 문제까지 드러낸 바이든의 상태를 ‘재앙’으로 규정하고는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벤처기업 유명 투자가인 로널드 콘웨이,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부인인 로린 파월 잡스 등 실리콘밸리의 주요 민주당 기부자들은 지난 27일 열렸던 대선 후보 토론 뒤 서로 전화, 메시지, 전자우편 등을 교환하며 후보 교체 등의 대책을 논의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들은 바이든에게 대통령 후보 사퇴를 설득할 수 있는 인물로 지목되는 부인 질 바이든에게 누가 접촉할 것인가도 논의했다고 이 대화에 참여한 인사의 말을 빌려 신문은 전했다.



미국의 대표적 주류 언론이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뉴욕타임스는 28일 바이든의 후보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사설을 실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점화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험”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는 11월 대선에서 꺾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미국인들이 바이든의 나이와 쇠약함을 두 눈으로 보고서도 눈감아주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길 희망하는 건 너무 큰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 “바이든은 4년전 (당선된) 그 사람이 아니었다”며 “트럼프의 도발에 대한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 차례 이상 문장을 끝까지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바이든이 지금 할 수 있는 최대 공적인 봉사는 재선 출마를 지속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의 두번째 대통령직에 대한 명확하고 강력하며 활력 넘치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더 나은 민주당 지도자들이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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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 자유주의 언론으로 꼽히는 잡지 ‘애틀랜틱’도 28일 6개의 기사를 실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엠에스엔비시(MSNBC)의 앵커 조 스카버러는 바이든을 “사랑했고” 그의 대통령직 수행은 “비할 데 없는 성공”이라면서도 바이든에 대한 실망과 우려를 드러냈다. 뉴욕타임스의 대표적 칼럼니스트 톰 프리드먼은 토론을 보면서 울었다며 “그는 좋은 사람이고 좋은 대통령이다. 선거에서 작별을 고해야 한다”는 칼럼을 기고했다.



여론조사에서도 후보 교체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28일 실시된 모닝 컨설트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바이든 대통령을 후보에서 교체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유권자 중에서도 47%가 후보 교체 필요성에 동의했다.응답자 중 57%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을 잘했다고 평가했고, 특히 부동층 유권자들의 6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위를 인정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대안 후보가 거론된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우선 거론된다. 부통령인 해리스는 1순위 대안으로 꼽히지만 바이든 대통령보다도 지지도가 낮다.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재직 중 고율 세금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비판을 받았고 지나친 자유주의적 성향이 약점이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경합주 싸움에서 유리한 후보로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 쪽은 후보 교체론을 일축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다음날부터 각종 유세와 행사에서 정력적인 모습을 보이며 완주를 다짐했다. 그는 29일 뉴욕주의 최대 부촌인 이스트햄프턴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토론에 대한 우려를 이해하고, 나도 안다”면서도 “우리는 트럼프보다 더 많은 무당층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유지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인물로 거론되는 부인 질은 “조는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이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라고 후보 사퇴론을 일축했다. 질은 28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투표하자’(VOTE)라고 크게 적힌 원피스를 입고 나와, 남편에 대한 지지를 다시 보여줬다.



또한,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고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바이든 대통령 선거자금을 모으는 ‘바이든 승리 펀드’의 재정 의장인 크리스 코지는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싸워야 할 시간이다”라며 “기부자들은 바이든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타의 파크시티에서 민주당 모금 행사를 연 마크 길버트는 “행사 취소는 없었을뿐더러 지금이라도 참가할 수 있냐는 수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하면 후보 교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는 해리스 부통령은 토론회 다음날인 28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선거는 6월 하룻밤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진정한 지도자는 스타일보다 인성이 중요하다”며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앞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율 격차가 심해지면, 바이든 대통령이 여론 압력에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민주당 내의 유력한 선거전략가인 제임스 카빌은 액시오스와 한 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올 즈음이면 더이상 후보로 뛸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보여줄 모습과 지지율이 후보 사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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