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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1.4조 재산분할금' 판결 뒤집힐까···최태원, 상고 결심한 이유는 [biz-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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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 항소심 관련 직접 입장표명

분할금 근거된 대한텔레콤 가치평가 오류

선대회장 기여분 줄고, 최 회장 기여분 ↑

"단순경정으로 끝날 일 아냐···상고할 것"

6공 특혜 말도 안돼···정경유착 꼬리표 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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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 이후 18일 만에 직접 입을 열었다. 그동안 변호인단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적은 있지만 대중 앞에서 직접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 구체적인 상고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0도 고개 숙인 최태원 "재산 분할에 오류…상고로 바로 잡겠다"
최 회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 자리에 깜짝 등장해 “먼저 개인적인 일로 국민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굽혀 90도로 인사했다.

이어 “재산 분할에 관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대법원 상고를 통해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재산 분할 관련) 오류는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들었다”며 상고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최 회장이 언급한 오류는 항소심 재판부가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 가치 산정 과정에서 두 차례의 액면 분할을 고려하지 않아 최 회장의 기여도가 10배 높게 측정돼 재산 분할금이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도 SK가 지적한 오류를 인정해 이날 해당 부분을 수정한 ‘판결 경정 결정’을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송달했다.

최 회장 측은 틀린 숫자를 토대로 재산 분할금이 산정된 만큼 향후 재판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나눠줘야 할 몫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 회장 재산 4조 원 중 3조 원가량을 차지하는 SK㈜와 실트론 주식이 공동 재산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회장은 기자회견장을 떠나며 "부디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라고, 이를 바로잡아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라며 "앞으로 이런 판결과 관계없이 제 맡은 바 소명인 경영 활동을 좀 더 충실히 잘해서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 관장의 내조 기여 과다하게 계산”···'세기의 이혼' 판결 뒤집히나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 가치 산정에 대해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밝혔다. 주식 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것이 오류의 핵심이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부부 공동재산에 최 회장의 SK㈜ 보유 주식을 포함하면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 분할금을 판결한 바 있다. SK㈜ 주식이 포함된 핵심 근거로 활용된 게 SK㈜의 모태인 대한텔레콤에 대한 주식 가치 산정이다.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이 취득할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로 이름을 바꿔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 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1994년부터 최 선대회장 별세까지, 별세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각각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최 회장의 기여도가 더 큰 것으로 전제하고 최 회장에 내조한 노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하며 재산 분할금이 증가한 것이다.

한상달 청현 회계법인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 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다”며 “실제로는 최 선대회장 시기 증가분이 125배이고 최 회장 시기 증가분은 35배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판부의 오류로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 측은 이 같은 결정에 근거한 계산 오류를 바로잡는다면 재산 분할 인정액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 상속한 부분을 과소 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대법원) 재판 결과를 당장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상식적으로 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빼고 계산하면 (재산 분할) 금액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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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산 분할금의 기준이 된 부부 공동재산에서 최 회장의 SK㈜와 실트론 주식 규모는 3조 원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해당 주식만 제외해도 노 관장에게 돌아갈 재산 분할금은 5000억 원 미만으로 줄어든다.

재판부도 이날 최 회장 측이 주장한 오류를 인정하고 이를 반영한 판결 경정결정 정본을 최 회장과 노 관장 측에 송달했다. 다만 최 회장 측은 “계산 오류가 재산 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가 된 만큼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며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6공 특혜설은 해묵은 ‘가짜뉴스’···정경유착 꼬리표 뗄 것

SK측은 ‘6공화국 후광설’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SK는 6공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기업이 아니고 오히려 6공과의 관계가 이후 오랜 기간 회사 이미지와 사업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6공 특혜설’은 해묵은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이어 SK의 6공 기간 매출 성장률이 10대 그룹 중 9위에 그친 것을 예로 들며 “300억 원의 정확한 전달 방식과 사용처, SK에 제시했다는 100억 원 약속 어음의 구체적 처리 결과 등에 대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항소심 판결로 SK그룹의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된 만큼 이혼 재판은 이제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문제가 됐다”며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만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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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노 관장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평안의 이상원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항소심 법원의 논지는 원고가 마음대로 승계상속형 사업가인지, 자수성가형 사업가인지를 구분 짓고 재산 분할 법리를 극히 왜곡해 주장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SK C&C 주식 가치의 막대한 상승은 그 논거 중 일부”라고 주장했다. 또 “원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여전히 SK C&C 주식 가치가 막대한 상승을 이룩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며 “일부를 침소봉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방해하려는 시도는 매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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