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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예금보다 높은 이자 주는 ‘신종자본증권’에 돈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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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서 완판 행진

최근 은행 예·적금보다 이자를 더 주는 신종자본증권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으면서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이다. 예·적금보다 안전성은 떨어지지만, 신용도가 높은 금융회사가 발행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위험도를 높게 보지 않는 편이다. 이자도 정기예금과 비교해 최대 연 1%포인트 가까이 더 받을 수 있어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기관뿐 아니라 개인도 투자할 수 있지만, 만에 하나 금융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면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는 상품이어서 무리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종자본증권, 최근 완판 행진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19일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금리는 연 4.27%로 정해졌다. 앞서 우리금융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을 2700억원으로 신고했는데, 지난 11일 진행한 수요 예측에서 이를 훨씬 뛰어넘는 6880억원의 유효 수요가 몰려 발행액을 4000억원으로 키웠다.

우리금융뿐 아니라 다른 금융회사들도 신종자본증권 ‘완판’ 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말엔 KB국민은행이 연 4.22% 금리로 358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사전 수요 예측에서 6540억원의 유효 수요가 몰릴 만큼 인기가 많았다. 지난 4월엔 JB금융지주가 700억원 규모로 발행 계획을 세웠다가 1190억원의 수요가 몰려 1000억원(금리 연 5.2%)으로 늘렸다. 올해 2분기 들어 지난 17일까지 KB·신한·하나·우리·NH 등 국내 5대 금융지주(은행 포함)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실적은 1조6680억원에 달한다. 작년 2분기(4000억원)의 4배 이상 규모가 불어난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예·적금보다 높은 이자가 장점

신종자본증권 인기 비결은 정기 예·적금보다 이자가 높아서다. 작년만 해도 우대 금리를 포함해 1년 만기로 연 5%대 이자를 주는 은행 예금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연 4%대 상품도 찾기 어렵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1년 만기)는 작년 12월 연 3.88%에서 올해 4월 연 3.56%로 4개월 만에 0.3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신종자본증권은 금리가 최소 연 4%를 넘고, 지방은행이 발행하는 경우 연 4%대 중·후반대 이자를 받을 수도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긴 영구채다. 하지만 발행 금융회사가 통상 발행 5년 후 중도상환(콜옵션)을 약속한다. 금리가 올 하반기 이후 내리막길에 접어들어도 향후 5년은 연 4%대 금리에 묶어둘 수 있는 셈이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만기 전 매도 어려워...원금 날릴 수도

신종자본증권은 은행 창구에서 가입하거나 증권사 모바일 앱 등에서 투자할 수 있다. 은행에서 가입할 경우, 보통 1000만원 넘는 돈이 필요하다. 비교적 높은 금리로 오랜 기간 목돈을 묶어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5년간 돈을 찾을 수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증권사 앱에서는 1000원 단위로 금융회사들이 발행한 다양한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할 수 있다. 은행과 달리 만기 전 매도를 신청할 수 있는 증권사도 있지만, 아닌 곳도 있어서 투자 전 확인해봐야 한다.

신종자본증권은 신용도 높은 금융회사들이 발행하기 때문에 투자 위험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금융시장 위기가 닥치거나 경영 여건이 악화할 경우, 원금까지 날릴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신종자본증권은 위기가 발생하면 은행 보통주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 위기의 순간에 자본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변제 순위가 후순위채보다 뒤로 밀린다. 작년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가 경쟁사 UBS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크레디스위스가 발행한 160억 스위스프랑(약 25조원)어치 신종자본증권이 모두 상각 처리된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소문이 나면서 최근 창구에 문의하는 분들이 많다”며 “원금 손실 가능성 등 위험 사항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자본증권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닌 증권으로,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긴 영구채이지만 통상 발행 5년 또는 10년 후 중도 상환(콜옵션)을 약속한다.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돼 금융사들이 자기 자본 확충 수단으로 선호한다. 후순위채로 금리가 높은 게 특징이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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