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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임신중지 약 비축·소송 준비…트럼프 집권 가능성에 미 진보진영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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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흑인 교회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디트로이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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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이 긴장하면서 임신중지 약 비축, 소송 준비, 규제 조기 발효 등 구체적 대비에 나서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인 제이 인즐리 워싱턴주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으로 재집권해 임신중지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충분한 양의 초기 임신중지 약 미페프리스톤을 비축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그는 “약을 워싱턴주 안에서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와 그 주변 세력이 유통을 막지 못할 것”이고, 미페프리스톤의 유통기한이 5~6년이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도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최근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소비자들의 접근을 제한해달라는 소송을 기각했으나 민주당 쪽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유통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정적들을 처벌하고, 시위 진압에 군을 동원하고, 미등록 이민자들을 대거 추방하고, 연방 공무원들을 무더기 해고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대표적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도 유용하게 사용한 소송을 통한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이 단체의 앤서니 로메로 사무총장은 트럼프 행정부 2기가 개인의 권리와 법치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63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핵심 이슈들에 관한 소송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세청을 동원해 자신들을 탄압할 수 있다고 보고 회계법인을 새로 고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조하는 미등록 이민자 단속을 두고는 최근 이민자 권리 운동을 하는 50개 단체 대표들이 2박3일간의 수련회에서 대책을 논의했다. 전국이민법센터라는 조직도 지난해 가을부터 이에 대비해왔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는 이런 단체와 연계된 자원봉사자들이 단속 장면을 촬영하고 권리 침해를 신고하는 역할을 했다. 이 센터의 키카 마토스 대표는 “트럼프 2.0 시대에는 트럼프 1.0 때 경험하지 못한 무엇을 예상할 수 있는지, 그것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대선이 다가오면 상대편이 집권했을 때 어떻게 할지를 얘기하고는 하지만 대개 수도 워싱턴에서 이뤄지는 추측성 논의에 그쳤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관측 속에 그가 미국 사회를 퇴보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본격적으로 대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해 각종 규제 발효를 서두르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월에만 경제적으로 중요한 규제가 30건 가까이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임 대통령이 의회 회기 종료일로부터 업무일 기준으로 60일 안에 발효한 규제는 새 대통령이 의회의 동의를 받아 무효화할 수 있게 해주는 의회검토법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이를 이용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환경과 복지 분야 등의 규제를 무더기로 무효화했다. 대선과 함께 치르는 의회 선거로 공화당이 상원까지 장악하면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차기 대통령은 연방대법관 두 명을 지명할 수도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때 “가장 무서운 대목들 중 하나”가 이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보수 6 대 진보 3으로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연방대법원이 완전히 균형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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