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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노래와 세상]땡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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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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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도 티켓을 구하기 힘들다는 나훈아의 은퇴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후배가수 심수봉이 나훈아를 짝사랑했다고 고백했다. 대학가요제에서 불렀던 ‘그때 그 사람’ 속의 ‘외로운 병실에서 기타를 쳐주던’ 주인공이 나훈아였다. 그동안 호텔 바에서 노래하던 심수봉을 본 나훈아가 데뷔를 권유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지만 짝사랑은 처음 밝힌 사실이다.

나훈아의 배려 덕분에 오랜 무명가수를 벗어난 이가 또 있다. 바로 ‘땡벌’의 가수 강진이다. 2000년 강진이 리메이크한 이 노래는 나훈아가 쓴 곡이었다. 1987년 나훈아가 ‘사나이 눈물’과 함께 발표했으나 크게 히트하지 못했다. 강진은 희자매 출신 아내의 권유로 나훈아를 찾아가서 이 노래를 달라고 청했다. 나훈아는 무명의 후배를 위해 흔쾌히 승낙하고 편곡까지 해줬다. 달콤하기만 했던 노래에 악센트를 줬다. 노랫말도 리듬과 박자를 고려해 고쳐줬다.

“오늘은 들국화 또 내일은 장미꽃/ 치근치근 대다가 잠이 들겠지/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땡벌/ 기다리다 지쳤어요 땡벌땡벌/ 혼자서는 이 밤이 너무너무 길어요.”

무명의 강진은 전국을 누비며 이 노래를 불렀다. 덕분에 노래방에선 서서히 반응이 왔다. 결정적 계기는 영화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이 만들어줬다. 극중 조폭으로 출연한 조인성은 운전을 하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사진). 잘생긴 조폭 조인성의 힘은 놀라웠다. 강진은 젊은 여성팬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아이돌그룹을 물리치고 음악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고등학교 축제는 물론 대학교 축제까지 불려다녔다.

어쩌면 임영웅으로 상징되고 있는 트로트 바람은 이때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노래방에서 목놓아 ‘땡벌’을 부른 젊은 세대들에게 트로트는 친숙한 노래, 그 자체였다.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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