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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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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속 청약통장, 젊은층 내집 마련의 디딤돌로 부활하나[안명숙의 차이나는 부동산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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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부터 청약통장 정책에 변화가 생긴다. 정부가 1983년부터 유지되어 오던 월 납입금 인정한도를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또한 2009년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선보이기 이전 만들어진 청약예금, 청약부금, 청약저축 3개 통장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할 예정이다.

이른바 ‘청약통장 3인방’에 해당되는 청약예금과 부금, 청약저축은 과거 내 집 마련의 상징이었다. 청약예금은 일시에, 청약부금은 매월 납입하는 민영주택 청약통장이지만, 청약부금은 예금과 달리 전용 85㎡ 국민주택 규모 이하만 청약할 수 있다. 또한 청약저축은 공공주택을 청약하기 위해 가입하는 통장으로, 현재는 매달 10만원까지 넣고 납입 금액이나 횟수에 따라 당첨자를 가리게 된다.

1995년 이전 청약통장 가입자들은 3가지 중 하나에 가입한 후, 본인이 희망하는 지역의 공급여건이나 자신의 청약자격 등 청약 여건에 맞지 않은 상황에서도 해지 시 불이익 때문에 청약통장을 장롱 안에 넣어두고 묵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청약예금 가입자는 89만9983명, 청약저축 34만7428명, 청약부금 14만6174명 등 약 140만명이 이전 청약통장에 가입돼 있다. 전체 청약통장 2693만좌 중 5.2% 규모다. 그러나 청약통장은 점차 가입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포함해 청약과 관련된 통장 가입자는 2021년 2837만1714좌에서 지난해 2704만8994좌로 약 133만좌 줄었다.

내 집 마련의 필수품이었던 청약통장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입지가 좋은 곳은 공급물량도 턱없이 부족하고, 청약가점이나 납입횟수·금액 등에 유리한 경쟁우위에 점하기 위해서는 무주택자 자격을 15년 이상 유지해야 하므로 주택을 사야 할 기회를 놓쳐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심지어 더 높은 고분양가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아파트 분양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난수표와 같은 청약 관련 규정과 당첨자 선정기준이 복잡해졌다. 실수요자를 우대하기 위한 정책 일환으로 거주 의무를 강제하거나 대출 제한이 강화되면서 오히려 무주택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30대 젊은 층은 이제 청약으로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보다, 자금에 맞는 아파트 갭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려가는 편이 훨씬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믿기도 한다.

달라진 청약제도가 실행되면 청약저축 가입자 34만여명을 포함한 장기 무주택자들은 청약 시보다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점이 높은 청약자들이 인기지역 청약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서울 아파트 청약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달 10만원씩 청약저축통장을 납입하던 A씨는 25년 만에 서울에 청약할 기회를 얻었지만, 결국은 돈이 부족해 원하는 곳에 청약을 포기해야 했다.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은 바꿔가야 한다. 공급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숨통을 터주는 것도 정부가 살펴야 할 과제다. 결국 청약통장은 새 집을 마련하기 위한 통장이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안명숙 루센트블록 총괄이사


안명숙 루센트블록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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