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얘기하러 와, 그 주제는 나중에"
NYT "국제규범 수호자 되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주 브린디시의 보르고 에냐치아 리조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브린디시=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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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색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려던 이 자리에서 곤란한 질문을 받고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전안 질문에… NYT "바이든, 짜증 났다"
NYT는 이날 "G7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 전쟁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그는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관한 최신 정보를 요청받고는 짜증이 났다"고 전했다.
NYT 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이탈리아 풀리아주 바리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10년간의 양자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서명식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선 우크라이나 관련 질문이 몇 차례 나오다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협상 등 가자지구 전쟁 질문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정색하고는 기자들에게 "여러분이 규칙을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제안한 가자지구 휴전안이 이스라엘 정부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G7의 지지를 받았고 타결 여부는 하마스에 달려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나는 우크라이나의 중대한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왔다. 당신은 다른 주제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데 나중에 상세하게 답변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주제를 우크라이나로 되돌렸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가자지구 전쟁 관련 질문을 받자 발끈하며 허둥대는 듯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수호자이자 국제규범의 본보기라는 미국의 전통적 역할을 되찾으려 하지만, 가자지구 전쟁에 관한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가 그런 노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휴전 협상 답보, 국내 압박… 난처한 바이든
한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이스라엘군 공습에 부상을 입고 14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알아크사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데이르 알발라=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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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6주간의 정전과 순차적 인질 교환,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수순을 밟는 '3단계 휴전안'을 하마스 측에 제시했다. 이 휴전안은 안보리와 G7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여기에 확답하지 않아 답보 상태다. 게다가 최근 이스라엘은 연일 공습을 이어가면서 최근에는 팔레스타인인 최소 274명을 죽이며 인질 4명을 구출하기도 했고, 하마스는 영구 종전을 명시하고 이스라엘군 철수 단계를 앞당기라고 요구하는 등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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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아랍계, 흑인 계층을 중심으로 미국 정부의 이스라엘 지지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면서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부터 이어져온 가자지구 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인 3만7,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집단학살(genocide)을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가자지구 전쟁 상황을 심층 조사한 유엔 독립 조사위원회가 이스라엘, 하마스 모두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보고서가 발표된 지난 12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관련 질문에 미국 정부가 유엔 보고서를 아직 읽지 않았다며 앞선 미 국무부 보고서를 가리켜 "그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답을 피했다. 미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제공 등 군사지원을 중단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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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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