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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6 (일)

임기 단축 선언부터 시작하는 전환기적 리더십 [한국의 창(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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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시대착오 리더십이 초래한 혼란
낡은 것 대체할 새 체제와 리더십 필요
2028년 개헌 등 헌신과 희생 보여줘야
한국일보

17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 설비들이 가득 쌓여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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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과 경제가 위험하다. 1월 소비자 물가는 2.2% 올랐고 코로나 이후 최저치의 소비자 심리지수는 내수 부진을 말한다. 1월 수출도 17개월 만에 최대 폭 감소인데 임박한 '트럼프 관세 폭탄'의 위기감까지 추가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 2%에서 1.6%로 낮췄다. '금융위기와 코로나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26년 만의 역대급 고용 한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1월 9,747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인데 '바닥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공포가 퍼진다.

계엄과 탄핵 이후 정국 불안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경기 하방 압력은 더 높아진다. 내수와 수출 부진의 동반위기 가능성은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총회장이 내놓은 '경제회복과 사회통합을 위한 호소문'은 정치에 발목 잡힌 기업의 절절한 외침이다. 여야정 대표가 42일 만에 국정협의회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지만 기대는 높지 않다. 정치 리더십은 없고 온통 정치 리스크에 따른 민폐뿐이다. 국가 리더십의 넘버 1부터 넘버 3까지는 탄핵 심판과 내란 재판 그리고 청문회 출석으로 바쁘다. 경쟁국은 미국과 물밑 협상을 하는데 우리는 트럼프와 아직 통화도 못 하는 '대행의 대행' 체제다.

위기와 혼란의 시작은 '윤석열 계엄'부터지만, 그는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에게 어떤 사람들은 "창피하다"고 말한다. 정치와 리더십 실패로 거리는 들끓는다. 유권자 10명 중 9명 이상이 현재 우리 정치의 ‘이념 갈등이 가장 심각’하며 10년 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우려한다. 국민통합의 구심점이어야 할 대통령은 정치 양극화와 분열의 한 축이다.

'윤석열 레거시'는 분명하다. 첫째, 준비 없는 권력의 위험함이다. '지금 무엇이 문제이고 따라서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없었다. 시대정신과 과제의 인식부족이자 성찰과 고민의 부재다. 둘째, 정치적 역량 부족이다. 권위주의적이자 독선적 리더십에 도덕성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능력은 물론 신뢰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윤석열 실패'는 시대착오적 리더십을 상징한다. 시대와의 불화를 잉태한 리더십의 불안감은 결국 실망감으로 이어진다. 공동체의 안위를 위협하는 지경이다. 2025년 리더십을 고민하는 이유다. 출발은 대한민국 공동체의 과제는 무엇이며 이를 위한 리더십의 조건에 대한 심사숙고다.

2025년의 과제는 공화국의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여 새 시대와 새 세대의 헌정체제를 정비하는 것이다. '구체제의 붕괴와 리더십 실패'와 '새로운 체제와 리더십의 요구'가 대립하는 인테르레그눔(interregnum)의 시간이다. '낡은 것이 소멸하고 있지만 새로운 것이 태어나지 못하는 위기'라면 지금 그 새로움을 준비해야 한다.

2025년 인테르레그눔의 리더십은 '스스로 임기 단축과 마지막 공직의 다짐'에서 시작해야 한다. 2028년 총선과 함께 대선의 동시선거와 개헌을 통한 새로운 체제의 출발을 향한 디딤돌이다. 국회 중심의 개헌논의와 선거제도 개편 노력을 주관한다. 인테르레그눔의 리더십은 '자기 헌신과 희생 그리고 책임과 통합의 정치 리더십'이다. 공화국의 전진을 위한 준비이자 '비정상의 정상화'를 향한 과도기적 전환의 리더십이 지금 필요하다.
한국일보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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