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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저녁 도시락은 대환영인데...이틀만에 배송 멈춘 고교 저녁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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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 전국 최초 고교 저녁 도시락 배송
이틀만에 교육청 권고에 사업 유보
교육청 “학교급식, 교내조리가 원칙”

구립 어린이집 저녁 도시락 지원은
6개월 만에 29곳 300명으로 확대
같은 곳서 조리해도 급식법에 가로막혀


매일경제

동작구에서 지난달 시범운영했던 고등학교 석식 도시락 예시. <사진제공=동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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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에서 지난달 전국 최초로 실시했던 고등학교 저녁 도시락 사업이 잠정 유보됐다. 수험생들에게 영양을 고루 갖춘 도시락을 전달해주는 사업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학교 급식은 학교 내 조리시설을 이용해야 한다’는 학교급식법 벽을 넘지 못한 탓이다.

반면 같은 장소에서 조리해 어린이집으로 배송하는 어린이집 도시락 배송 사업은 안착해 300여명 어린이가 혜택을 보고 있다.

14일 동작구청에 따르면 동작구는 지난달 27일부터 수도여고와 영등포고 학생 60~70명에 고등학교 석식 도시락 사업을 시작했다 이틀만에 중단했다. 고등학교에서는 통상 점심 급식을 제공하나 저녁급식은 학교별로 운영하는 곳이 제각각이다. 동작구는 학생들이 식사를 거르거나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따뜻한 밥을 먹이자’는 취지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9000원짜리 도시락을 구에서 5000원을 부담해 학생은 4000원만 내고 저녁을 먹는 사업이었는데, 곧바로 제동이 걸렸다. 관할 교육청에서 사업 재검토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학교급식법에 따르면 학교 급식은 학교 내 시설에서 조리하는 게 원칙인데, 석식 도시락이 학교 밖에서 조리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으니 사업체가 정식 허가 업체인지 확인하고 사업을 재검토하라는 내용이었다. 학교급식법 2조에는 학교급식을 학교 또는 학급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장이 실시하는 급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작구 저녁 도시락은 동작구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운 출자기업 ‘대한민국 동작주식회사’에서 만든다. 구에서 한식조리교육을 받고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딴 경력단절여성 등 8명이 4인1조로 조리한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의도는 좋지만 학교 급식은 학교장이 직접 관리하는 직영 급식이 원칙”이라며 “도시락 형태의 개별 급식은 위생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교육청이 감독해야 하는 사항”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곳에서 조리해 어린이집으로 보내는 저녁 도시락 사업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동작구는 지난해 11월 시범사업으로 구립 어린이집 3곳에 저녁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배달을 구립어린이집 29곳으로 늘렸다. 저녁 도시락을 먹는 어린이만 6월 기준 298명으로 늘었다.

동작주식회사가 조리한 도시락을 어린이집에 오후4시까지 배송하면, 어린이가 하원할 때 선생님이 어린이집 가방에 도시락을 넣어 보낸다. 밥과 서너가지 반찬을 갖춘 개당 5800원짜리 도시락을 학부모는 2200원만 내고 받는다. 한달 5만원이 안되는 돈으로 아이가 저녁을 먹을 수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 저녁까지 어린이집에서 챙겨주니 저녁시간이 훨씬 여유롭다” “부부싸움이 줄었다”는 평가를 할 정도로 도시락 배송을 선호한다. 동작구는 앞으로도 구립어린이집 저녁 도시락 배송을 늘려갈 계획이다.

동작구는 학생에게 배송하는 저녁 도시락은 급식이 아니라고 판단해 고등학교로 사업 확대를 추진했다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동작주식회사) 식품제조가공업 허가를 준비하고 향후 학교 수요를 확인해 사업 재개가 가능할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교급식법에 따라 도시락 전달에 제동이 걸렸으나, 도시락 전달 사업은 홀로 사는 어르신이나 저소득층 어르신 등에는 이미 친숙한 서비스다. 동대문구는 저소득층 어르신에 도시락을 전달하는 ‘동행도시락’사업을 지난해 5월부터 시작했고, 구로구도 지난달부터 취약계층 어르신 100명에 5개월간 매주 두번씩 도시락을 전달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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