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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사설] 국민의힘은 생각과 정서를 국민과 공유하는 정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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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13일 비대위를 열어 다음 달 23일쯤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선출할 때 현행 ‘당원 투표 100%’ 대신 ‘당원 80%, 국민 여론조사 20%’로 룰을 변경하기로 했다. 일부 비대위원은 민심과 당심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며 여론조사를 최대 50%로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대위원 다수는 “제도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당심도 중요하다”며 반대했다.

국민의힘은 작년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 투표 비율을 70%에서 100%로 급하게 변경했다. 친윤들은 “당대표를 뽑을 때 당원들의 의사가 중요하고,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방지해야 한다”며 국민 여론조사 반영을 막아 버렸다. 비주류에서는 “민심과 동떨어진 지도부로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반대했지만 ‘당원 투표 100%’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 결과 당대표부터 최고위원까지 대부분 친윤 성향이 당선됐고 결과는 수직적 당정 관계 고착과 비주류의 소멸, 당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졌다. 당 지도부는 멀어지는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이를 대통령실에 전달도 못 했다. 당심 100%로 선출된 지도부는 중간에 붕괴했고 비대위로 총선을 치렀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2005년 당시 박근혜 대표는 공직 선거 후보 선출 때 여론조사 50%를 반영하는 변화를 추진했다. 이 규정으로 치러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당원 투표에선 앞섰지만, 여론조사에서 패배해 대선 후보 자리를 이명박 후보에게 내줬다. 박 대표는 패배했지만 이 후보는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기득권의 과감한 포기가 혁신과 변화로 이어져 국민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아직도 총선 의석수는 두 배 가까이 밀렸지만, 지역구 투표에선 민주당에 불과 5.4%포인트밖에 안 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45.1%의 상당수는 국민의힘이 좋아서가 아니라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찍을 수 없어서 표를 준 것이다. 이런 인식을 갖고 있으니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 직후에도 친윤 중심의 비대위 구성, 반성도 절박함도 없었던 당선자 워크숍, 국회 개원 이후에는 거대 민주당의 독주에 무기력함만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른 사람들과 생각과 정서를 공유하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라도 생각이 같은 국민만이 아니라 다른 국민들과도 생각과 정서의 접점을 넓혀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도 희망은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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