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민통합당 대표가 9일(현지시각)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시 내각 탈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텔아비브/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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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시 내각 3인 중 한명이던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가 9일 전시 내각 사퇴를 전격 선언하면서 8개월째 가자전쟁을 이어온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에 타격이 예상된다. 비교적 온건 성향으로 분류됐던 간츠 대표의 이탈로 연정 내 극우 인사들의 입김이 더 세질 우려도 나온다.
간츠 대표는 이날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네타냐후 총리가 진정한 승리를 향한 전진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국민통합당)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오늘부로 연립정부를 탈퇴한다”며 올가을 조기 총선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간츠 대표와 같은 당 소속으로 투표권 없이 전시 내각에 참여했던 가디 아이젠코트 의원과 힐리 트로페르 의원도 이날 사의를 표했다. 사퇴 발표는 같은 날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가자 중부에서 인질 4명을 구출하면서 하루 미뤄졌다.
간츠 대표는 지난달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8일까지 ‘전후 계획’을 마련하라며 그러지 않을 경우 연정에서 빠지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분명한 계획 없이 전쟁을 계속하면서 애꿎은 병사들이 죽어가고 인질의 목숨이 위태롭다며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직후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간츠 대표와 전시 내각을 꾸렸다.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이지만, 국민 통합을 지지하며 전시 연정 참여를 선언하고 전시 내각에서 일했다.
연정에서 국민통합당이 빠진다 해도 네타냐후 총리가 소속된 리쿠드당을 중심으로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과반이 확보돼 정부가 바로 붕괴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협상파’였던 간츠 대표가 전쟁 결정 과정에서 빠지게 되면 가자전쟁 대응이 강경 일변도로 치달을 수 있다. 간츠 대표가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정치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네타냐후 총리의 국제적 명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공개적으로 불거진 반발 기류는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예시 아티드 대표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간츠 대표의 결정이 “중요하고 옳다”며 “이 극단적이고 무모한 정부를 바꿀 때가 됐다. 분별 있는 정부가 인질 귀환, 경제 및 국제적 지위 회복을 이끌 수 있다”고 정권 교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극우 정당인 종교적 시오니스트당 소속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납치된 이들이 하마스의 터널 안에서 죽어가고 있다”며 간츠 대표를 비판했다. 오츠마 예후디트 소속으로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간츠 대표 대신 전시 내각에 합류하겠다고 요청했다. 극우 세력은 정부가 하마스와 인질-수감자 맞교환을 위한 휴전 협상에 응할 경우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벼르고 있던 터라 현재 물밑에서 진행 중인 휴전 협상 체결 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네타냐후 총리가 전시 내각을 해체하고 이전처럼 사전 안보 회의를 거쳐 국무회의의 추인을 받는 형태의 의사결정 방식을 복원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간츠 대표의 연정 탈퇴는 전쟁 시작 때의 이스라엘의 단결은 끝났음을 의미한다”며 “반정부 시위와 조기 총선 요구가 촉발될 수 있다”고 짚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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