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1 지방선거 서울 강서구청장과 경북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한 의혹을 제기했다. 전날 “윤 대통령이 특정 시장·구청장 후보 공천을 달라고 했다”고 한 데 이어 더 구체적인 폭로에 나선 것이다. 명태균씨를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최근 이 의원을 향하는 기류가 보이자 ‘경고’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들 지역의 후보 공천이 결정되기 전 윤 대통령이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강서와 포항을 언급했다”며 “원칙이나 철학이 아니라 사람별로 구체적으로 개입하더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시 강서구 당협위원장 세명이 모두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공천에 반대하고 있었는데 “윤 대통령이 ‘그 사람들이 맨날 안 되고 하는 사람들이다. 저거 지면 민주당 돕는 일 아니냐’며 ‘그 사람들 이상하니 민주당 좋은 일 하면 안 된다’고 김태우를 (공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인 김 전 구청장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가, 2022년 3월29일 공무상 비밀누설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황이었다. 공천을 받아 당선이 되더라도 중간에 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 반대가 많았지만, 윤 대통령은 2021년 8월 자신의 대선 캠프에 합류한 김 전 구청장의 공천을 요구했다는 게 이 대표 얘기다. 김 전 구청장은 결국 공천을 받아 당선됐지만, 1년 뒤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그로부터 석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김 전 구청장을 사면·복권했고,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그를 또다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내세웠다가 참패했다. 이는 김기현 당시 대표의 사퇴 등 여권의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이 의원은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은 ‘당협위원장들 말을 듣지 말라’고 한 윤 대통령이, 포항시장 공천에선 “원래 공천은 당협위원장 의견을 들어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도당위원장이 하라는 대로 해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북도당위원장이었던 김정재 의원이 현역인 이강덕 포항시장 공천에 반대하며 윤 대통령에게 호소했고,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자신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대통령 당선인이 (대표인) 저한테 역정 내면서 얘기하는 상황은 이례적”이라며 “의견과 개입은 임계점의 차이인데,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는 (대화) 구조에서 (압박이) 세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나 친윤석열계의 주장처럼 ‘통상적인 의견 개진’이 아니라 명백한 공천 개입이라는 반박이다. 서울시당에서 공천을 진행한 강서구청장과 달리, 중앙당에서 관할한 포항시장 후보 공천은 결국 이강덕 시장이 받았다.
윤 대통령의 통화 육성이 공개된 김영선 전 의원, 전날 이 의원이 거론한 안철수 의원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 제기된 건 최소 4명이다. 그런데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규모를) 숫자로 쓸 이유는 없을 것 같다”며 이런 사례가 더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오빠’가 사고 친 게 한두개냐”고도 했다. 검찰이 명태균씨와 가까운 사이인 이 의원을 본격적으로 겨냥해 수사할 경우 추가 폭로에도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에선 비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이대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섭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막을 명분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털고 가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