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서울 도봉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관욱 덕성여대 교수(문화인류학). 박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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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상담사들은 단순히 감정노동을 하는 게 아니에요. 이들은 방대한 정보 중에서 가장 적합하고, 중요한 내용을 골라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보 노동자’입니다.”
콜센터 상담사의 노동 현실을 둘러싼 논의는 감정노동이 중심을 이뤘다. 지난달 3일 한겨레와 만난 김관욱 덕성여대 교수(문화인류학)는 다른 주제를 꺼냈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정보 노동자입니다.”
기업들이 앞다퉈 상담센터에 챗봇·자동전화 등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현시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갖는 문제점, 모순을 가장 정확하게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는 ‘전문가’가 바로 콜센터 상담사라고 그는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12년부터 콜센터 노동자를 인터뷰한 뒤 이들의 노동 현실을 담은 단행본(‘사람입니다, 고객님’, 창비, 2022년)을 펴낸 바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막 콜센터에 도입된 때는 2018년입니다. 당시 만나본 상담사들도 ‘일자리가 줄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어요. 하지만 지난해부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인공지능 기술이 상담사의 부가 노동을 낳을지는 예상하지 못했죠.” 챗봇의 엉터리 상담을 사후 보정하는 작업이 상담사들의 새로운 노동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2월19일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 소속 콜센터 상담사들이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하나은행 콜센터 상담사 정규직 전환 촉구’ 기자회견 열었다. 박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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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말을 이었다. “인공지능의 오류를 가장 일찍 발견해서 정확하게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는 상담사랍니다. 제가 정보 전문가라고 그들을 부르는 이유가 이것이죠. 하지만 그들을 고용한 은행 등 기업들은 이들의 전문성을 빌리면서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요.” 인공지능의 고도화, 다시 말해 좀 더 인간 같은 챗봇을 만드는 데 상담사의 노하우가 활용되지만 정작 그들의 노동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콜센터 상담사들만 겪는 문제일까. 김 교수는 “현재 인공지능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를 콜센터 상담사들이 제일 앞줄에서 피부로 겪고 있다”며 “콜센터 산업은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인한 노동 변화, 문제를 민감하게 집단의 목소리로 이야기해줄 수 있는 현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공지능 기술 도입으로 막연한 불안감이나 기대가 아닌, 조화로운 지점을 찾기 위해선 현재 이 문제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콜센터 상담사들의 이야기에 우리는 집중해야 합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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