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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단독] 격노설 당일 ‘윤-이 핫라인’ 3시간 사이 30분마다 한번꼴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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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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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 결과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오전 회의에서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7월31일부터 열흘간 대통령실에서 국방 업무를 전담한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비서 역할을 한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이 25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두 사람이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대리인으로 나서 ‘핫라인’을 구축한 것이다.



한겨레가 29일 입수한 박 전 보좌관과 이종섭 전 장관의 통화·문자 내역 등을 분석해보면, 임 전 비서관과 박 전 보좌관 두 사람은 지난해 7월31일 6차례를 비롯해 8월3일(1차례), 8월4일(4차례), 8월6일(1차례), 8월7일(4차례), 8월8일(3차례) 등 통화를 이어갔으며,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사건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지난해 8월9일엔 6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당시 가장 뜨거웠던 핫라인이었던 셈이다.



두 사람의 통화 중 주목되는 것은 윤 대통령 격노가 있었다고 지목된 지난해 7월31일이다. 이날 오전 11시께부터는 윤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안보실 회의가 열렸고 윤 대통령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8명의 혐의를 적시해 사건을 경찰에 넘긴다는 보고를 받고 역정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직후인 오전 11시54분께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이 사용하는 ‘02-800’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 168초 동안 통화를 하기도 했다.



이후 임 전 비서관과 박 전 보좌관의 전화는 바빠진다. 오후 12시46분부터 이 전 장관과 우즈베키스탄 출장에 동행한 박 전 보좌관이 출국하기 직전인 오후 3시50분까지 약 세시간 동안 30분에 한 번꼴로 총 6차례 전화를 주고받았다.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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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례 전화를 주고 받는 사이 임 전 비서관이 이 전 장관에게 건 전화도 눈에 띈다. 임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2시56분께 오후 출국을 앞둔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15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의 통화가 끝나고 23분 뒤인 오후 3시30분, 이 전 장관과 함께 출장을 갔던 박 전 보좌관은 김 사령관에게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묻는다며 “수사권이 없는 우리 군이 자체 조사해서 혐의가 있는 것으로 이첩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되어서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박 전 보좌관은 ‘개인적 궁금증’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임기훈(대통령실)→이종섭→박진희→김계환(해병대) 순서로 윤 대통령의 의중이 전달된 것으로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김 사령관에게 문자를 보낸 박 전 보좌관은 낮 3시49분께 김 사령관(해병대)에게 전화를 걸고, 통화가 마무리된 지 19초 만에 임 전 비서관(대통령실)에게도 연락했다. 박 전 보좌관이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을 비롯한 8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결과를 뒤엎고 혐의자 없이 조사 내용만 경찰에 넘기라’는 취지의 뜻은 김 사령관에게 전달하고, 해병대 쪽 분위기를 대통령실에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보좌관과 통화를 마친 직후인 이날 오후 4시께 김 사령관은 해병대사령부 회의를 열고 이첩 보류 명령을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대령)에게 내렸다고 주장한다. 다만 박 대령 쪽은 김 사령관의 당시 지시가 명확한 이첩 보류 명령은 아니었다고 군사법원에서 맞서고 있다.



이후 김 사령관은 이날 오후 4시45분께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 파견된 해병대 김아무개 대령에게 전화를 걸고 15분 뒤인 오후 5시에 다시 임 전 비서관과 통화한다. 국방부를 경유하는 ‘루트’가 이 전 장관의 출국으로 끊기자 ‘직통’으로 대통령실과 연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거미줄 같은 연락이 마무리된 뒤인 이날 오후 5시께, 박 대령은 김 사령관에게 브이아이피 격노설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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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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