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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부산대 113, 전북대 111...올해 의대 1913명 ‘지역인재’ 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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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의대 작년 인원보다 2배가량 늘려 전체 60% 넘어

해당 지역에서 고교 다녀야 자격… 3년 뒤부터는 중학교까지 포함

2025학년도 전국 40개 의대 정원내 모집 인원이 1507명 늘어난 4565명으로 확정된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 26곳이 올해 입시에서 정원 3111명 중 최대 1913명(61.4%)을 지역 인재 전형을 통해 선발할 계획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이날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4565명으로 확정하는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을 심의해 확정하면서 각 대학이 제출한 지역 인재 전형 선발 계획도 함께 심의했다. 이번에 의대 정원이 많이 늘어난 비수도권 대학 26곳은 올해 입시에서 최대 1913명을 지역 인재 전형으로 뽑겠다는 계획을 냈다고 한다. 비수도권 의대는 총 27곳이지만, 단국대(천안)는 본교가 경기 용인에 있어 지역 인재를 뽑지 않는다.

조선일보

일러스트=김성규


지역 인재 전형은 해당 지역 고교를 나온 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제도다. 서울 등 다른 지역 수험생과 경쟁하지 않아도 돼 비교적 쉽게 입학이 가능하다. 젊은 인재들의 지역 정주(定住) 비율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부는 지난 3월 각 대학에 의대 증원분을 배정하면서 비수도권 대학들에게 의대 지역 인재 전형을 통해 학생의 60% 이상을 뽑으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지역 인재 전형 모집 인원은 2024학년도(1025명) 보다 888명 늘어날 예정이다.

올해 고3 수험생들이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 비수도권 대학들의 지역 인재 전형의 선발 비율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교육계에선 “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입시 문턱이 낮아지는 등 입시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 학생들이 의대 입시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수도권 대학들은 원래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전에는 2025학년도에 수시 847명, 정시 221명 등 총 1068명을 지역 인재 전형으로 뽑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의대 증원분이 비수도권 대학들에게 집중 배분되면서 지역 인재 전형 모집 인원도 수시 1549명, 정시 364명 등 1913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재수생들이 몰리는 정시 전형보다 재학생들이 주로 원서를 내는 수시 전형 인원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비수도권 지역에 사는 상위권 학생에게는 매우 유리한 입시 카드가 하나 생긴 것”이라며 “지역 의대 입시 커트라인이 얼마나 낮아질지 알 수 없지만, 지역 상위권 학생이라면 일단 의대 한 곳은 지원해보자는 분위기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지금까지 비수도권 대학들은 지역인재육성법에 따라 의대 입학 정원의 40%(강원·제주는 20%) 이상 지역 출신 학생을 의무적으로 뽑아왔다. 그런데 2025학년도부터 의대 모집 정원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지역 인재 전형 비율 역시 6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대학이 올해 입시에서 60% 이상을 지역 인재 전형으로 뽑으면서 지역 인재 전형 선발 인원이 100명 넘는 대학이 6곳이나 될 예정이다. 예컨대, 전북대가 내년도 의대 입학 정원 171명 중 111명(64.9%)을 지역 인재로 선발하기로 했다. 부산대·경상대·전남대·원광대·조선대도 100명 넘게 뽑을 계획이다. 모두 이번 의대 증원으로 서울대 의대(정원 135명)보다 규모가 큰 ‘메가 의대’가 된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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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철원


입시 업계에서는 자녀를 의대에 쉽게 보내기 위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사하는 이른바 ‘지방 유학’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만약 정부 계획대로 2026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 5058명이 되면 지역 인재 모집 인원은 더 늘어나 지방 유학 선호가 커질 수 있다. 각 대학이 지난달 공고한 2026학년도 대입 계획에 따르면, 비수도권 26개 대학 의대(정원 3542명) 지역 인재 선발 모집 인원은 2247명에 달할 예정이다. 수시 전형으로는 1768명, 정시 전형으로는 479명이다.

지역 인재 전형으로 의대에 가려면 올해 초등 6학년 이하 학생이 지방 유학을 떠나야 한다. 현재는 지역 고교만 나와도 지역 인재 전형 지원이 가능하지만, 2028학년도부터는 지방의 중·고교를 6년간 다녀야 지역 인재 전형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부산 등 일부 시도교육청에는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한 뒤 ‘유학 상담 전화’도 걸려오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는 의대 지역 인재 선발 인원 확대만으로 지역에 정주하는 의료 인력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권순기 경상대 총장은 “지방 유학을 와서 졸업 후 어떻게든 인프라가 좋은 서울로 다시 돌아가려는 학생들이 상당수인데 이들을 졸업 후에 붙잡을 수 있는 방안이 딱히 없다”며 “학생들의 지역 정주율을 높이려면 일본처럼 ‘지역 의사제’ 같은 실효성 있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다. ‘지역 의사제’는 별도 전형으로 의대생을 뽑아 장학금·교육비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뒤 졸업 후 일정 기간 해당 지역 의료 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제도다. 경상대는 최근 2025학년도 입시에서 ‘지역의사전형’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교육부 의견에 따라 무산됐다. 현재 국회에는 혜택을 주고 얼마간 지역 의무 근무를 강제하는 ‘지역의사양성법’ 등이 계류된 상태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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