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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포스코 ‘하청 자녀 학자금 배제’ 위법 판결…“복지기금으로 탄압”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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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금속노조 포항지부가 23일 오후 대구지법 포항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포스코는 이날 법원 판결을 이행하고 노동탄압을 멈추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금속노조 포항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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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하청업체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낸 하청노동자에게 자녀 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대책으로 내세우는 원·하청 상생협력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1부(재판장 박현숙)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하청업체 노동자 373명이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복지기금)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복지기금은 자녀 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포스코와 하청업체 48곳은 2021년 6월 복지기금을 만들어 근속 1년 이상 하청노동자들한테 자녀 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낸 하청노동자들이 잇따라 법원에서 승소하자 소송을 낸 하청노동자에게는 2021년 3분기부터 지급을 중단했다. ‘소송을 낸 하청노동자가 승소하면 포스코 노동자가 될 수 있으므로 하청노동자한테 줄 수 없다’는 논리였다.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자금 미지급이 부당하다고 이미 여러차례 판단했다. 노동부 포항지청과 여수지청은 2021년 12월 ‘학자금 지급 시점에 이들 노동자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며 학자금을 지급하라고 시정 지시를 했지만 복지기금은 이행하지 않았다. 노동부가 이에 대해 과태료 1천만원을 부과하자 복지기금은 법원에 이의 제기를 했으며 법원은 ‘과태료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제기 여부에 따라 학자금 지급 여부를 정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해 시정 권고를 했지만, 복지기금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하청노동자들이 지난해 4월 복지기금을 상대로 소송을 내게 된 이유다.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향상을 내건 복지기금이 이처럼 버티는 것은 복지혜택을 매개로 한 하청노동자 탄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받기 위해선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취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낸 하청노동자 2130여명 가운데 600여명이 소송을 취하했다. 노조 탄압의 도구가 되기도 했다. 포항제철소의 하청업체 관리자는 2021년 10월 하청노동자 3명을 불러 “민주노총에 가입해 학자금 지원을 못 받는 것”이라며 “탈퇴하지 않으면 차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금속노조 포항지부는 이날 선고 뒤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포스코는 하청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통한 차별 해소를 하겠다며 복지기금 설립을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노조 탄압에 활용한 것”이라며 “즉각 사과하고 법원 판결에 따라 장학금 등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포스코는 원·하청 처우 격차 해소 차원에서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에 재원만 출연하고 있고 운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며 “판결에 대해서도 복지기금 이사회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상생협력은 좋은 건데 취지를 악용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제대로 작동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차별과 같이 복지기금 취지에 안 맞게 됐을 경우, 노동부의 시정 지시와 과태료 부과는 원칙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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