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M&A 시동
10년 만에 우리투자증권 부활. 최근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종합금융과 포스증권을 합병했다. 이때 정관에 법인 상호를 주식회사 우리투자증권으로 기재했다. 5월 초 합병 발표 당시 가칭이었던 사명은 최근 확정으로 바뀌었다. 이로써 우리투자증권은 NH금융지주에 매각됐던 10년 전 이름을 되찾았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비은행 계열사 M&A 전략을 천명한 후 사실상 첫 사례다.
우리금융지주가 인수 검토하고 있는 롯데카드·롯데손보.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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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재진출 의미는? 10년 만에 우리투자증권 재출범
우리금융그룹은 5월 초 이사회에서 자회사인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을 합병한 후 합병 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의했다. 포스증권의 주력 사업 모델은 펀드슈퍼마켓 앱. 말 그대로 모바일에서 원하는 펀드를 살 수 있는 사업 모델로 차별화했다. 참고로 포스증권의 예탁자산은 6조5000억원, 고객은 28만명 가까이 된다. 다만 포스증권은 증권사이기는 한데 자산운용사의 집합투자증권(펀드) 투자매매·중개업 라이선스를 보유했고 주식·채권 등 증권사 핵심 상품 중개업 라이선스는 없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추가로 증권업 라이선스를 확보한 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구축해 일반적인 종합 증권사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소개했다. 합병비율은 우리종금 주식 1주당 포스증권 약 0.34주로 합병 후 지분율은 우리금융지주 97.1%, 한국증권금융 1.5% 수준이 될 전망이다. 신생 우리투자증권은 출범과 동시에 자기자본 1조1500억원, 고객 예탁금 10조8000억원, 개인 고객 수 48만명으로 업계 18위 중형 증권사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이미 통합 증권사 첫 경영진 진용도 갖췄다.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우리자산운용 대표 출신 남기천 대표를 수장으로 선임한 데 이어 양완규 전 미래에셋증권 대체투자금융 부문 대표가 IB총괄 부사장으로, 홍순만 미래에셋증권 법인영업 이사가 인사본부장에, 역시 미래에셋 출신 김진수 상무가 경영기획본부장을 맡는다. 이로써 우리금융지주는 2014년 당시 우리투자증권을 매각 후 10년 만에 증권업계 재진출을 하게 됐다.
롯데손보·카드 인수설 ‘솔솔’ 롯데카드 과반 지분 인수 저울질
1조8000억원. 우리금융이 비은행 M&A에 쓸 수 있는 투자 여력이다. 이를 바탕으로 매물로 나온 보험, 증권, 카드, 저축은행 등 다양한 업체 실사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중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는 롯데손해보험이다. 아예 인수의향서(LOI)도 제출한 상태다. 생명보험 쪽에서는 동양생명, ABL생명, KD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도 느슨한 형태로 인수 타진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더해 역시 매물로 거론되는 롯데카드의 유력 인수처로도 우리금융이 거론되고 있다. M&A 시장에서 이처럼 우리금융지주가 ‘큰손’이자 ‘유력 단골손님’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지나치게 은행 비중이 높아서다. 올해 1분기 우리금융그룹의 순익 8245억원 가운데 우리은행 순익은 7897억원에 달한다. 은행 비중이 95% 정도다. 참고로 KB금융그룹의 올해 1분기 순익 기준 은행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은행 비중이 높다 보니 은행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금융 상황에 따라 지주 전체 실적도 요동친다. 1분기 실적을 예로 들면 5대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만 은행 실적 둔화로 전체 순익이 8.2%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롯데손해보험 인수의향서 제출에서 우리금융지주의 진심을 엿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은행 M&A는 금리 움직임에 따른 이자이익 변동성을 낮출 비이자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수 가격이다. 사모펀드인 JKL은 롯데손보 몸값을 최소 2조원으로 책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 입장에서 내부 기대수익률(IRR)을 맞추기 위해서다. 반면 우리금융지주 실탄(투자 여력)은 1조원대 후반으로 그에 못 미친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2조원 이하여야 우리금융이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돈다. 김은갑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손해보험 인수 가능성이 언급되는데 낮은 가격이 아니면 인수 자체가 주가에 악재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금융이) 콘퍼런스콜에서 다행스럽게도 언론에 보도되는 가격에 인수할 의사는 없다는 점을 밝혔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역시 우리금융이 인수에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매각 가격이 너무 높다는 의견이 대세다. 롯데카드는 2019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우리은행과 손잡고 인수했다. 당시 인수금액은 1조7500억원으로 MBK가 지분 59.83%(1조3810억원), 우리은행이 지분율 20%였다. 인수 당시 롯데카드 순이익은 572억원 수준. 그러던 것이 2021년 2414억원, 2022년 2539억원, 지난해에는 3748억원까지 급증했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당장 인수하기만 해도 순익이 약 3000억원 늘어나는 만큼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롯데카드 역시 결정적인 발목을 잡는 문제가 매각가다. MBK 측은 순익 수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매각가를 최소 3조원 정도로 기대하는 분위기. 역시 이 가격이면 우리금융이 쉬 지갑을 열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밸류업’을 바라는 시장 분위기상 지나치게 높은 가치로 사면 오히려 주가가 떨어질 수 있어 경영진 입장에서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MBK와 협상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의 과반 지분만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
임종룡 매직 통할까 중소 증권사 추가 인수 가능성 높아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부터 생각해본다면 증권사 추가 인수를 들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이 NH금융지주 회장 시절 증권사를 인수해 IB(투자금융), IPO(상장) 지원 등을 강화하면서 한국 5대 증권사로 키운 전례가 있기에 포스증권 합병 역시 대내외 기대감이 크다”고 총평했다. 임 회장은 NH 시절 우리투자증권을 인수, NH농협증권과 합병시키면서 당시 총자산 42조원, 자기자본 4조3000억원짜리 초대형 증권사로 재탄생시킨 바 있다. 이번 합병으로 증권사 진용을 갖추고 나면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추가 M&A를 노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출범하는 증권사 총자산이 6조원대로 상위권 증권사 자산의 8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며 “임 회장은 현재 18위 증권사를 10위권 이내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내세운 바, NH 시절 M&A 스타일상 증권사 추가 인수를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귀띔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0호 (2024.05.22~2024.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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