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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이슈 로봇이 온다

투구추적 성공률 99.9% 자랑…인간-로봇심판 공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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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2024 대상으로 선정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은 야구에서 인간 심판이 해오던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로봇이 대신하는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시도다. 인공지능(AI)과 카메라를 활용해 공의 움직임을 기계가 판단하는 시스템으로 99.9%의 성공률을 자랑한다. 세계 최초로 한국 프로야구 공식 경기에 적용해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이 크다.



한국야구위원회 이경호 홍보팀장은 “스크라이크 존은 3차원으로 이루어져 있어 심판이 규칙대로 스크라이크 존을 판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경험이 풍부한 심판들도 6~8% 오류를 범한다”며 ‘공정성’이 자동 투구 판정시스템 도입의 결정적 이유라고 말했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에 대한 팬들의 평가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고질적인 오심 논란이 줄어들면서 경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볼 판정은 로봇에 맡기고, 인간 심판은 다른 판정에 집중할 수 있어 경기 질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심판 입장에서도 잘못된 판정·오류가 중계될 때마다 쏟아지는 비난으로 인해 심리적 중압감이 컸는데,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베테랑 선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인간 심판의 편향이 제거되면서 젊은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등 예기치 못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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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가 도입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의 스크라이크 존 기준. 한국야구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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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선수들이 새로운 제도를 경험하고 적응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한 데다가, 수십년간 몸으로 익힌 것과 기계 판정이 다른 데 따른 혼란도 적잖다. 로봇 심판이 인간 심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역할분담을 통해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인간 심판을 대체하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을 과연 ‘사람 친화적인 기술’로 평가할 수 있을까를 두고 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 심사위원회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윤종수 심사위원장은 “인공지능이 일상에 도입될 때 대중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례”라고 평가했다. 전진한 심사위원은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인간 심판의 판정시비·불공정성 등 감춰져 있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만하다”고 말했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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