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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게임난맥] 게임 집단 소송 줄 잇는데...정부는 중재 나설 의지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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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호 기자]

정부 게임정책의 거시적 방향성을 담은 '게임산업진흥 종합계획'이 업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업진흥을 위한 5개년 계획이지만 해묵은 난제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담겨있지 않다는 비판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계획 발표를 전후해 산업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어필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잡음이 인다. 테크엠'은 업계에서 제기되는 의견을 종합해 역차별 게임중독 갈등심화 이슈를 시리즈로 다룬다. <편집자주>

소비자와 사업자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게임업계 법정공방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소송 특례와 동의의결제 도입, 소비자 권익 보호 센터 설립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업계에서는 실현 의지와 실효성 담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게임사를 상대로 한 소비자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사업자와 소비자간 불신 심화가 배경으로 분석된다. 특히 소비자 권익 보호를 앞세운 정부의 강경 기조에 선두권 기업들마저 조사 대상에 오르며 업계에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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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게임 진흥 계획에 포함된 게임산업진흥법상 소송 특례 주요내용. 사업자 책임 강화를 골자로 했다. /사진=2024~2028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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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제보, 공정위 넘어 법원으로...법적 분쟁↑

넥슨 사례가 대표적이다. '메이플스토리'는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전자상거래법상 최고 수준 과징금 116억원을 처분받았다. 공정위는 '메이플스토리'가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게임 확률을 조작하고도 고의로 이를 알리지 않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고지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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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 3월 22일 전후로 법적 분쟁은 한층 두드러졌다.

웹젠 '뮤 아크엔젤'은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확률 정보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까지 아이템 획득 확률이 0%인 '바닥 시스템'이 발견돼 지난달 22일 공정위 현장 조사를 받았다. 같은 날 엔씨소프트에도 '리니지M' 슈퍼 계정 의혹 등으로 현장 조사가 진행됐다.

3사에 단행된 조사는 모두 소비자 제보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에 더해 각사 피해자들은 각각 집단 소송을 예고하거나 소송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피해자 508명은 지난달 19일 넥슨코리아를 상대로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손해배상 및 환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뮤 아크엔젤' 소비자도 법률 자문을 바탕으로 집단 소송 의사를 묻는 글을 게임 공식 사이트에 올려 30명이 넘는 유저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정부 기관의 조사 결과가 소송 근거로 활용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게임이용자협회는 공정위 조사 결과 슈퍼 계정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엔씨소프트에 집단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지난 1월 출범한 협회는 이철우 변호사가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정부는 "중재 중"이라지만...업계는 "글쎄"

소비자와 사업자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정부의 중재 역할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지난 8일 게임물관리위원회 수도권 사무소에서 열린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 시행 게임 이용자 현장 간담회'에서 역할을 수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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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4-2028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 발표에 대한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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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관련된 집단 분쟁 요청 시 소비자 보호원과 협약을 맺고 요청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치 중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1일 공개한 '2024-2028 게임산업진흥 종합계획'의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센터 구축 계획도 중재 역할 강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 종합계획안에 따르면 문체부가 제시한 이용자 권익 보호센터 구축 계획은 오는 2028년 추진 예정이다. 문체부의 기존 역할에도 불구하고 소송이 잇따르고 있어 추가적인 역할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종합계획안을 통해 집단·분산적 피해구제를 위한 '게임산업진흥법' 소송 특례 도입안을 제시했다. 또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내 집단분쟁조정 제도를 신설하는 안과 사업자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안토록 하는 전자상거래법상 동의의결제 도입도 추진한다.

"이미 있는 이야기 또 해...산업 타격, 경제정책 걸림돌 될 것"

업계에서는 해법 자체보다 실현 의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계획안만으론 판단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산업법 개정은 관련 부처 실무자들의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신속히 강행한 반면, 동의의결제는 2년 넘게 계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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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소비자-사업자 갈등 중재 강화 방안으로 제시한 게임이용자 권익보호센터 설치 계획 시점이 2028년으로 예정돼 있다. /사진=2024~2028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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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담보도 과제로 떠오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분쟁 사례를 하나의 기관에서 다룰 수 있도록 (분쟁조정위의)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고, 게임물에 대한 범위 설정이 명확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문체부보다 공정위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정부 종합계획안에 아쉬움을 표했다. 정책 수립 과정에 전문가의 참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정부에서 게이머 권익 보호와 관련된 강경 발언이 나오고, 주무 부처가 있는데도 공정위가 부상하면서 소비자에게는 법정공방으로 끌고 갈 절호의 기회가 돼 버렸다"며 "생태계가 풀기 어려운 부분을 풀어주는 것이 정책의 역할인데 정부가 계획안에 제시한 것은 이미 공론장에 올라있는 이야기를 또 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23조원에 달하던 게임산업 매출이 반타작 나면 정부 경제 정책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조금만 진흥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면 산업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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