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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화웨이는 돈 태우는 블랙홀”...中 SMIC, 물량대다 ‘실적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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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1위 파운드리 업체 SMIC

순이익률 40.7%→13.7%

2년새 3분의 1 토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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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 있는 SMIC의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시설. /S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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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 SMIC가 5월9일 1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액은 작년 1분기보다 19.7% 늘어난 17억5000만 달러(약 2조3600억원)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대만 TSMC,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 자리에 올랐어요. 기존 3위였던 대만 UMC(17억800만 달러)를 근소한 차이로 제쳤습니다.

SMIC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이죠. 이런 기업이 세계 3위에 오른 건 기뻐할 일인데, 중국 관영 매체들은 조용했고 주가도 내려갔습니다. 순이익이 5억1000만 위안(약 950억원)으로 작년 1분기 대비 68%나 폭락한 탓이 컸어요. SMIC는 작년 순이익도 48억2300만 위안(약 9000억원)으로 2022년에 비해 60.3% 급감했습니다.

순이익이 곤두박질을 친 데는 구형 반도체 분야의 가격 경쟁 등 여러 요인이 있어요. 하지만 중국 기술 기업 화웨이를 살리기 위해 무리한 비용을 들여 7나노 반도체를 양산한 것이 주요인이라고 합니다. 닛케이 아시아는 “미국의 반도체 제재 하에서 화웨이 등 중국 기술 기업을 돕기 위해 생산량을 계속 늘리다 보니 1분기 순이익률이 2009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했어요.

◇작년 초부터 수익률 급강하

국유기업인 SMIC는 28나노 이하의 구형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차랑용 반도체 등 구형 반도체가 품귀 현상을 빚었던 2021~2022년에는 순이익률이 30~40%에 이를 정도로 수익성이 좋았던 회사였죠. 2022년1분기에는 순이익률 40.7%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수익성으로는 미국 애플에 밀리지 않을 정도였죠.

SMIC의 순이익률이 작년 초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1분기 20.8%였던 이익률은 3분기 19.8%, 4분기 16.4%로 줄었고 올 1분기에는 13.7%까지 하락했어요. 2분기에는 10%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화웨이는 작년 8월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뚫고 3년 만에 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했죠. 여기엔 SMIC가 7나노 공정으로 제작한 ‘기린 9000S’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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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랩


◇과거 대만 기술로 7나노 생산했지만...

미국은 2022년 하반기 14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제조장비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어요. 작년 초에는 네덜란드와 일본까지 끌어들여 7나노 이하 미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화웨이가 이런 미국의 제재를 이겨내고 7나노급 반도체가 들어간 최신 스마트폰을 발표하자 전 세계가 깜짝 놀랐죠. “미국의 제재가 실패로 돌아갔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본격화된다”는 섣부른 관측이 쏟아졌습니다. 올해 초에는 SMIC가 5나노 공정을 이용해 화웨이의 인공지능(AI) 칩 어센드 920을 생산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어요.

SMIC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네덜란드 ASML사가 만드는 EUV 노광장비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전 단계 제품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는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작년 9월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 출시 당시에도 말씀드렸지만 DUV 장비를 사용해도 7나노, 5나노 반도체를 만들 수는 있어요. 대만 TSMC도 2017년 DUV 장비를 이용해 7나노 제품을 생산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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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에 들어간 기린 9000s AP. 맨 윗줄에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HISILICON)이 들어가 있다.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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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률 높고 비용 많이 들어

반도체는 나노 단위의 미세 회로를 실리콘 웨이퍼 위에 새겨서 만들어요. 웨이퍼 위에 인화지 격인 포토레지스트 등을 깔고 빛을 쏩니다. EUV는 7나노 제품을 만들 때 한 번만 빛을 쏘면 회로 인쇄 작업이 끝난다고 해요. 반면, 정밀도가 떨어지는 DUV는 인화지 위치를 조정해가며 여러 번 빛을 투사합니다. DUV로 5나노 반도체를 만들려면 빛을 네 번 쏴야 한다고 해요.

이런 방식으로 하면 당연히 불량률이 높습니다. 여러 번 인화를 해야 하니 비용도 많이 들어가겠죠. 반도체 업계에서는 생산제품 대비 합격품의 비율을 통상 수율이라고 합니다. TSMC나 삼성전자는 90% 이상으로 수율을 끌어올려야 상업성이 있는 것으로 봐요. SMIC의 7나노 공정 수율은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50% 이하인 걸로 추정합니다. 2개 만들면 하나는 불량이라는 거죠.

5나노 라인은 15%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대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6개 중 하나꼴로 정상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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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노출 방식으로 DUV 노광 장비를 이용해 7나노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한 유튜브 영상. 중국의 한 반도체 기술자가 올린 것이다. /談三圈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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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돌파’ 선전 위한 정치적 생산

SMIC는 작년 1분기부터 생산 비용이 급증하고, 이익률은 크게 떨어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뚫었다’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7나노 제품을 생산하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하는 거죠.

정상적인 시장 경제 국가라면 벌써 망해도 몇번 망했을 겁니다. 중국 정부가 제공하는 연간 수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빼면 SMIC가 이미 적자 상태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요.

대만 반도체 업계는 SMIC가 조만간 적자 경영에 돌입할 것으로 봅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5월13일 기사에서 “DUV를 이용한 7나노 이상 첨단 제품 생산은 돈을 태우는 블랙홀”이라면서 “SMIC가 화웨이를 위해 (5나노 공정이 필요한) AI 칩까지 생산한다면 순이익률은 5% 아래로 떨어지고 곧 적자 상태로 빠져들 것”이라고 했어요. 한때 40% 이상의 순이익률을 냈던 우량 반도체 기업이 중국 반도체 자립을 뒷받침하느라 골병이 들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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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보통신 매체인 디지타임스의 5월13일 자 보도. 디지타임스는 이 기사에서 "SMIC가 화웨이를 지원하느라 이익률이 추락했다"면서 "적자 전환이 멀지 않았다"고 썼다. /디지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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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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