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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가족들 ‘밥’ 위해서라면…송강호라서 설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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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삼식이 삼촌’은 1990년 연극 ‘최선생’으로 데뷔한 송강호의 첫 드라마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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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존경의 의미로 다들 그렇게 불러요. ‘삼식이 삼촌’, 제 별명이요.”

밥 한 끼 배불리 먹기도 어려운 시절인 1950~60년대 박두칠(송강호)은 영웅처럼 등장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본명보다도 ‘삼식이 삼촌’이란 별명을 좋아했다. 전쟁통에도 자기 식구, 친척, 친구의 삼시 세끼를 모두 책임진 자신의 자부심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박두칠은 밥을 먹기 위해, 먹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귀족들의 세계에 파고든다.

15일 5화까지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의 도입부 내용이다. 송강호의 35년 연기인생 첫 드라마인 이 작품은 1960년 수도방위사령부 비밀벙커에 잡혀 온 김산(변요한)이 박두칠과의 인연을 떠올리면서 시작한다. 현재 안에 과거 스토리가 펼쳐지는 액자식 구성이다. 5화 말미엔 박두칠도 잡혀 오는데 어떤 이유로 조사를 받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드라마엔 송강호·변요한과 함께 이규형·유재명·서현우·진기주·티파니영 등이 출연한다. 연출을 맡은 신연식 감독은 회당 제작비 약 25억원, 총 400억원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격동의 근현대사를 담아냈다.

‘삼식이 삼촌’은 제목부터 고유한 한국적 정서를 내포한다. 먹는 것에 대한 절박함이 있었던 시대상을 녹인 ‘삼식이’와 가부장제 사회에서 아버지 역할을 대신 해줬던 ‘삼촌’이란 단어를 결합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의 결합처럼 극중 박두칠은 친근한 삼촌인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성공을 위한 욕망이 넘실대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얼굴을 보인다. 성공의 기준 역시 좋아하는 음식으로 상징되는데, 어린 시절엔 단팥빵이었지만 어른이 된 후엔 피자 맛을 동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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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삼촌’은 1990년 연극 ‘최선생’으로 데뷔한 송강호의 첫 드라마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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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칠의 양가적 성격은 공무원 김산(변요한)을 만나면서 두드러진다. 쌀과 과자를 선물하며 좋은 삼촌의 모습으로 다가가는 한편, 뒤에선 김산을 이용해 권력을 돈으로 사겠다는 야욕을 드러낸다. 야욕은 엘리트 군인과 엘리트 정치인이 모인 ‘귀족 잡는 귀족’ 청우회 멤버가 된 후 점점 커진다.

신 감독은 “‘밥 먹었냐?’는 질문이 인사말인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한국전쟁 직후 하루 한 끼도 먹기 힘들었던 시대를 반영했다”면서 “엘리트들이 거대 담론을 논할 때, 먹을 것을 이야기하는 삼식이 삼촌 같은 인물이 가장 진솔하고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밝혔다.

송강호는 “내 팔자는 내가 만든다”는 강한 의지로 살아온 박두칠 캐릭터에 특유의 위트를 불어넣었다. 박두칠 캐릭터에 대해 송강호는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들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던 캐릭터라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박두칠의 여러 얼굴은 실제 송강호의 얼굴에서 가져왔다고 신 감독은 밝혔다. 영화 ‘1승’(미개봉)으로 송강호와 인연을 맺은 신 감독은 송강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을 때 ‘삼식이 삼촌’ 대본을 건넸다. 그는 “처음부터 송강호 얼굴을 상상하고 클로즈업 하며 원하는 느낌대로 대본을 썼다. 내 뇌리에 남았던, 쓰고 싶었던 송강호 이미지를 투영하면서 박두칠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민용준 대중문화평론가는 “박두칠은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한 모호한 인물로,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회색지대 안에서 움직인다. 송강호는 그런 캐릭터의 심리를 정확하게 캐치하고, 베테랑답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박두칠 중심으로 계속 이어진다. 서로의 꿈과 이상을 실현시켜주는 존재이자 로망인 박두칠과 김산의 관계 변화가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가상으로 인물과 배경을 설정한 드라마지만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지점도 있다. 극중 이승민 대통령(김익태)은 세 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데, 1~3대 대통령을 역임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신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40년 넘게 살고 있지만 아직도 낯설다. 1960년대를 통해 내가 사는 사회는 어떤 곳인지, 이걸 구성하는 사람들의 원형은 어디에서 왔는지 탐구해보고 싶었다”면서 “누아르 장르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땐 로맨스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깨닫는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16부작인 ‘삼식이 삼촌’은 매주 수요일 2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되고, 다음 달 19일에는 마지막 에피소드인 14~16화가 한꺼번에 공개된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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