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수포자였던 날 구제”… 스타강사 ‘삽자루’ 사망에 랜선 제자들 애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2017년 3월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사교육정상화 촉구 학부모모임 주최로 열린 사교육 불법홍보 고발 및 근절촉구 기자회견에서 학원강사 우형철씨가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삽자루’라는 예명으로 이름을 날렸던 1세대 스타강사 우형철(59)씨가 13일 사망했다는 소식에 온라인에선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자원공학과 출신인 우씨는 1995년 남강학원을 설립하며 강사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비타에듀 출강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2007년 자신의 예명을 딴 SJR기획을 설립했다. 이투스교육(이투스), EBS 등을 거치며 2010년대 전후 일타 수학강사로 자리매김했다. 삽자루는 그가 과거 숙제를 안해오고 답안지 베껴오는 수강생들에게 삽자루를 휘두른다고 해서 붙은 예명이다.

우씨는 걸걸한 입담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쉬운 강의법으로 중하위권 성적의 학생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다. 그의 지도법을 통해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팬클럽을 이뤘고, ‘수포자(수학포기자)의 구세주’로도 불렸다.

우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온라인 강의를 들었던 네티즌들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장례식장 온라인 게시판에는 “9년전 선생님께 은혜를 받은 랜선 제자입니다. 자신감 없던 절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창시절 웃으면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동기부여로 수포자였던 제가 제대로 공부해 학업 성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겐 강사가 아니라 선생님이셨습니다” 등의 추모글이 수백개 올라왔다.

우씨는 2017년 자신이 소속된 입시업체 이투스교육이 “댓글 알바를 고용해 경쟁학원이나 강사를 깎아내리는 글을 작성하고 검색 순위를 조작하는 마케팅을 한다”고 폭로했다. 그는 자신이 소속된 이투스 댓글 조작을 비롯해, 1타 강사들의 댓글 조작을 폭로하다가 2020년 뇌출혈로 쓰러졌다. 우씨는 입시 학원가의 댓글 조작 관행을 고발하고, 댓글 조작에 반대하는 다른 강사들과 ‘클린인강협의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우씨의 폭로로 2021년 대법원은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형중 이투스 대표에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김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투스 온라인사업본부장 정모씨도 1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법원은 이투스의 불법 댓글 조작 사실은 인정했지만, 전속 계약 위반에 책임은 우씨가 져야 한다며 75억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우씨의 빈소는 세브란스병원 신촌 장례식장 17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오는 15일 밤 0시 예정이다.

[최혜승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