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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푸틴, 측근 쇼이구 국방장관 경질…경제전문가 발탁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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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12일(현지시각) 러시아 국방장관에 발탁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 상트페테르부르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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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랜 측근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정통 경제 전문가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65) 전 제1부총리를 국방장관으로 깜짝 발탁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서방과의 대결이 깊어지면서 날로 비중이 커지는 국방 분야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인사 조처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새 국방장관으로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를 임명할 것을 제안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지난 7일 5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면서 새 내각 구성 작업을 벌이고 있다. 벨로우소프의 국방장관 임명은 연방 상원의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내무장관을 비롯한 안보 부문 책임자들은 대부분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2012년부터 국방장관 자리를 지켜온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임명됐다. 그는 2022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전략과 통솔력 부재를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최근에는 그의 측근인 티무르 이바노프 전 국방차관이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됐다.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명목상 국방장관보다 서열이 높아, 이번 인사는 쇼이구 장관을 경질하면서 최소한의 체면은 유지하게 해준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지적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대통령궁) 대변인은 “혁신에 더 열려 있는 인물이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방과 법 집행 부문의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7.4%에 이르는 등 러시아 국방 분야가 1980년대 중반 소련 상황과 비슷하게 커지고 있다며 국방비 지출을 전체 경제 상황과 조율하고 국방과 경제의 통합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경제 전문가에게 국방장관 자리를 맡기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벨로우소프 지명자는 2006년부터 2년 동안 경제개발·무역부 차관을 맡았고,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대통령 경제 고문을 지낸 이후 최근 개각 전까지 제1부총리를 지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그가 국가의 산업 정책을 중시하는 정통 경제학자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그는 국가 주도의 산업 정책 옹호자이자 독자적인 권력 기반이 없는 기술 관료”라며 그의 국방장관 임명은 푸틴 대통령이 연 1180억달러(약 162조원)까지 늘어난 국방 예산을 철저히 통제하길 원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콘스탄틴 소닌 교수(경제학)는 “벨로우소프는 국가를 모든 것의 주요 동력으로 보는 인물인 동시에 추상적인 것과 씨름하는 국가주의 경제학자들과 달리, 우리처럼 자료를 분석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푸틴과 벨로우소프 두 사람을 모두 잘 아는 한 소식통은 “그는 절대 부패하지 않은 인물이다. 이는 현재 국방부에 있는 인물들과 아주 다른 점이다. 쇼이구와 그 주변 인물들은 정말로 ‘영리적인’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벨로우소프는 훈장을 주렁주렁 단 장군들처럼 군대를 이끄는 척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아주 정직하다. 푸틴도 이를 잘 안다”고 덧붙였다.



정통 경제 관료의 국방장관 발탁에 따라 앞으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전략은 대규모 병원 동원과 돌파 작전 대신 군산복합체와 경제 우위를 기반으로 한 점진적인 압박 전략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외교관 출신인 알렉산드르 바우노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푸틴은 군수 업계의 공장들과 국제 시장을 바탕으로 전쟁에서 이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 경우 성공 전략은 군산복합체와 경제 우위를 이용한 점진적인 우크라이나 압박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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