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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꽃집 폐업한 자리에 식당 … 계약 전 용도변경 여부 확인부터 [이인화의 건축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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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화성시 1동탄 지역의 상가·오피스텔 밀집지역.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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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가 참 어렵다. 오죽하면 많은 이들이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어려웠을 때보다 요즘이 더 힘들다고 한다. 특히 소상공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대한 토로가 많은 듯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에 의하면 한국 자영업자 비중은 2022년 기준 약 23.5%로 조금 확장해서 생각하면 국민의 약 4분의 1이 자영업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국민이 경제가 어려워지면 더 어렵다고 체감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경제가 어려워지면 소상공인들의 창업과 폐업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이때 창업을 위해 임대차 계약을 하고 막상 공사를 준비하거나 영업허가를 내기 위해 준비하다가 해당 건물에 임차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낭패를 겪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사업장 이전이나 창업으로 임차해야 한다면 그 건물에서 영업하고자 하는 업종이 들어설 수 있는 건물인지 용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용도변경 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건축물은 각 대지의 지번별로 부여된 용도지역 기준에 따라 특정 용도의 건축 가능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법적 검토에 들어가면 법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어려운 요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용도변경에는 신고, 허가, 기재사항 변경 신고 절차가 있다. 건축법에는 29개 용도별 건축물의 종류를 정하고 있으며 용도변경은 9개의 시설군(1. 자동차 관련 시설군 2. 산업 등의 시설군 3. 전기통신시설군 4. 문화 및 집회시설군 5. 영업시설군 6. 교육 및 복지시설군 7. 근린생활시설군 8. 주거업무시설군 9. 그 밖의 시설군)에 따라 진행하게 돼 있다.

1번→9번 방향은 용도변경 신고 절차를 행하고 9번→1번 방향은 용도변경 허가 절차를 행한다.

같은 시설군에서 용도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건축물대장 기재사항 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또한 용도변경 신고 대상인지 허가 대상인지 기재사항 변경 신고 대상인지에 따라 드는 비용이 달라져 임대차 계약 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

용도변경 검토 시 용도지역의 적합성, 해당 건축물의 구조 안전 확인, 주차 대수 추가 설치 여부, 정화조 용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한 편의시설 설치 요건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검토는 건축사를 통해서 하면 된다. 이때 용도변경이 가능하다고 해도 법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편의시설 등의 설치와 물리적 어려움으로 생각지도 못한 비용이 수반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내가 세입자로 새로 들어가면서 해당 건축물 내 동일한 용도의 영업장이 늘어나게 되면 용도변경을 해야 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 소매점, 학원, 체육활동시설, 중개업소 등의 일반업무시설, 자동차 충전소, 공연장, 종교집회장, 자동차영업소, 게임 및 체험 관련 시설, 다중생활시설 등의 경우 건축법 시행령에 따른 용도별 기준 면적 이상으로 확장되면 기존 근린생활시설에서 용도변경이 수반된다.

이때 주차장의 추가 설치 여부가 매우 민감하게 작동된다. 주차 대수 추가 설치 가능 여부에 따라 용도변경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용도변경 시 주차 대수 산정은 건물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용도가 변경되는 부분에만 주차 대수를 산정한다는 점이다. 오래전에는 이러한 기준이 없어 건물 전체를 대상으로 주차 대수 산정을 적용해 용도변경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용도변경이 되는 부분의 주차 대수 산정 결과가 0.5대 이상인 경우는 1대를 설치해야 한다. 1대 미만이면 주차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2회 이상 나눠 용도를 변경하는 경우엔 합산 산정한다. 이는 0.5대 미만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용도변경을 쪼개기 신청해 주차 대수 추가 설치를 하지 않는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음식점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경우에 민감한 사항은 정화조 용량의 확인이다. 음식점은 오수 발생량이 많은 업종으로 하수종말 처리시설이 설치된 신도시 등이 아니라면 정화조 용량에 따라 용도변경 가능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즉 음식점에서 발생하는 오수량을 검토해 해당 건축물의 정화조가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인지 확인해야 한다. 만일 수용 용량을 초과한다면 용도변경이 어렵다. 증량 등을 실행하려고 해도 고비용으로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용도변경 시 검토해야 하는 중요 착안점 중 하나는 기존 건축물에 장애인 등의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는지다. 건축물의 용도별로 장애인 등 편의시설 기준을 맞춰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예로 기존 건축물의 주출입구에 단 차이가 있는 경우 턱 높이를 낮추거나 경사로를 설치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부출입구 높이 차이를 없애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 이처럼 용도변경 시 공용 부분의 시설 변경으로 공사가 수반돼야 하는 경우 대상 건축물이 구분상가라면 관리단이나 소유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동의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용도변경은 건축물을 건축하거나 대수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국토교통부령에 따른 구조 안전 및 내진설계 확인서 제출 대상이며 구조 안전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법령에는 기존 건축물을 건축(증축, 일부 개축 또는 일부 재축)하거나 대수선하는 경우에 대한 완화 기준이 있으나 용도변경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없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마다 구조 안전 확인서 제출의 기준이 다른 형편이다. 이런 경우 지역에 따라 추가 비용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임대차 계약 전에 지역적 여건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체크 사항 외에도 용도변경 시 검토해야 하는 법적 기준과 물리적 여건으로 인해 계획하지 않은 비용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 낭패를 겪을 수 있어 계약 전에 전문가 도움을 받아 사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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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화 도원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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