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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남 형사 건강하지?”…‘수사반장’ 최불암의 마지막 대사, 연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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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8일 종영한 ‘수사반장 1958’에서 최불암이 동료들의 묘지를 찾은 마지막 장면이 화제를 모은다. 프로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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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며 눈물을 훔치는 최불암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울컥했다. 지난 18일 종영한 ‘수사반장 1958’(MBC)의 마지막 장면이 화제다.



‘수사반장 1958’은 박영한(이제훈) 형사가 반장으로 승진하면서 20대 시절 이야기는 끝을 맺었다. 이후 세월이 흘러 노년이 된 박영한(최불암)이 동료들의 묘지를 찾았다. 이 장면에서 1회와 6회에 이어 최불암이 다시 등장해 동료들의 비석에 꽃 한 송이씩 놓으며 안부를 물었다.



“김 형사, 오래간만이야.”



“조 형사, 자주 못 왔어. 희정이가 가끔 날 찾아와.”



“서 형사, 늘 보고 싶고 부산만 가면 자네 생각이 나.”



“남 형사 건강하지?”



진심이 묻어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가슴 뭉클하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대본에는 없는 대사다. 극 중 박영한이 아니라 배우 최불암이 김상순, 김호정, 조경환 그리고 김호정이 세상을 떠난 뒤 투입된 남성훈에게 실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대본에는 노년의 박영한이 택시를 타고 도착해서 경례하는 정도였다고 한다. 최불암은 지난달 25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너무 그립고 보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왔다”고 했다. “조 형사의 딸 이름이 희정인데 지금도 안부를 묻고 지내. 서 형사의 아내도 가끔 서울에 오면 얼굴을 봐. 다 가족같지. 동료들에게 가족들 소식도 전해주고 싶었어.”



택시를 타고 도착하는 설정은 감독과 대화하면서 지팡이에 기대어 걸어 올라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박영한이 지팡이를 짚으며 걷는 걸음은 1회 시장에서의 뒷모습과 함께 최불암의 노련미를 엿볼 수 있는 장면으로 꼽혔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노인네가 되어서 그런지 지팡이를 짚고 올라오는 걸 몇 번 찍으니 힘들기는 하더라”며 웃었다.



한겨레

최불암은 박영한이 잠깐 잠이 든 뒤 깨어나 동료들에게 경례하고 돌아가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프로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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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동료들과 함께한 10회 마지막 장면이 매우 마음에 든다고 했다. “동료들이 보고 싶어서 잠을 잘 못 잔다”던 박영한이 그들 곁에서 고단한지 꾸벅꾸벅 조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동료들을 그리워하고 그들과 함께 있고 싶은 최불암의 마음을 대변해서인 것 같았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깨서 경례하고 뒤돌아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마음이…”라면서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최불암은 ‘수사반장 1958’을 하면서 “동료들은 다 떠나고 나만 살아있는 게 죄스럽다”는 말을 자주 했다. “‘수사반장 1958’에도 혼자만 나가는 게 미안했다”고 한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 20년 가까이 일에서도 생활에서도 많은 걸 나누며 뜨거운 시절을 함께 보냈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반장’은 1주일에 3일 정도 촬영했는데 다들 얼굴만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정도로 끈끈했다고 한다. “촬영 끝나면 ‘불 끄러 가자’면서 한잔씩 마시고. 그때 사건을 접하면 속이 타들어 가서 참을 수가 없었거든. 그 마음을 어떻게 다 표현하겠어.” 말로 다하지 못했던 온 마음이 10회 마지막 장면에 담겨 있다.



한편, ‘수사반장 1958’은 지난달 19일 10.1%로 시작해 10.6%(이상 닐슨코리아 집계)로 막을 내렸다. ‘수사반장’에 대한 그리움과 코미디와 액션을 결합한 활극, 정의로운 형사에 대한 갈망 등이 좋은 반응을 얻은 이유로 꼽힌다. 촉법소년과 주가조작 등 지금 시대에도 일어나는 사건들도 공감대를 얻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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