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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트럼프, 침대 위에 팬티 바람"…판사도 말린 성인배우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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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받고 있는 ‘성추문 입막음’ 사건 형사재판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성인영화 배우 출신 스토미 대니얼스가 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형사법원 공판에 출석해 증언했다. 사진은 대니얼스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4월 16일과 28일 각각 미국 미시간주 워싱턴에서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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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갔다 와보니 그가 티셔츠에 트렁크 팬티 바람으로 침대 위에 있더군요.”

성인영화 배우 출신 스토미 대니얼스(45)는 2006년 도널드 트럼프(77) 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부터 10년 뒤인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입막음 조로 돈을 받은 일까지 경위를 7일(현지시간) 거침없이 털어놨다. 이날 뉴욕 맨해튼형사법원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 형사재판에 출석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대니얼스와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당시 ‘트럼프의 집사’로 불린 마이클 코언 변호사를 통해 13만 달러를 준 뒤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대니얼스가 법정에 나와 자신의 입으로 사건 경위를 밝힌 건 이날이 처음이다.

AP통신과 CNN,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대니얼스는 2006년 6월 미국 서부 타호 호수 인근에서 열린 골프 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당일 호텔 스위트룸 저녁 식사를 초대받았으며 이후 성관계를 가졌다고 증언했다. 대니얼스는 5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스위트룸의 흑백 색상 타일까지 기억해내 당일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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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형사법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성추문 입막음’ 사건 형사재판 상황 스케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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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얘기 묻자 ‘같은 방서 안 잔다’ 했다”



대니얼스는 식사 초대를 받을 때 트럼프가 당시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진행자라는 것과 자신의 부친보다 나이가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호텔 스위트룸에서 도착했을 때는 트럼프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대니얼스를 맞았고 노조나 건강보험, 성병 검사 등 성인영화 업계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이 시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멜라니아 여사와 결혼한 지 약 1년이 지났을 때다. 대니얼스는 당시 트럼프에게 부인에 대해 묻자 “걱정하지 말라. 같은 방에서 자지도 않는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대니얼스의 증언을 듣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개를 흔들며 “헛소리”라고 중얼거렸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대니얼스는 호텔 스위트룸에서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트럼프가 티셔츠에 팬티 차림으로 침대에 있는 모습을 본 뒤 나가려고 했지만 트럼프가 막았다고 말했다. 대니얼스는 “트럼프가 위협적인 태도는 아니었다. 거부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힘의 불균형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나는 그것(성관계)을 거절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대니얼스는 트럼프가 피임 도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고, 자신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궁금해하며 천장을 쳐다봤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있었던 일을 폭로하려 한 동기에 대해서는 “돈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를 알리려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NYT는 “대니얼스가 13만 달러를 받는 대가로 1년 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배심원들이 회의적 반응을 보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성관계 너무 자세히 설명…판사 “지나치다”



이날 대니얼스는 성관계 과정을 지나치게 자세하게 설명해 후안 머천 판사로부터 “너무 저속하다. 질문에 대해서만 대답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증언이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가 하면 말이 길어지는 경향도 있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대니얼스의 증언을 들으며 눈살을 찌푸리거나 눈을 감으며 외면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증언 내용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며 불공평하다고 주장하며 재판부에 심리 무효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 시작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니얼스의 증인 출석 사실을 알리며 변호인이 이에 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약 30분 뒤 삭제했다. 대니얼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의 추가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8일 다시 법정에 출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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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형사법원에서 열린 ‘성추문 입막음’ 사건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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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오늘은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그들의 사건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날이었다”며 “검찰에게 재앙일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기밀유출’ 재판은 무기한 연기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4가지 형사사건 재판 중 또 다른 하나인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사건 재판은 11월 대선 이후에야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이 사건을 다루는 플로리다 남부연방법원의에일리케넌 판사는 당초 오는 20일로 예정됐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일정을 취소했다. 다음 공판 날짜는 잡지 않았다.

이들 외에 2020년 대선 방해 및 1ㆍ6 의회 난입 사건 관여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은 본안 재판에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면책특권 인정 여부를 놓고 연방 대법원이 심리에 들어간 상태다.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선거에 개입한 혐의에 대한 재판은 첫 공판 날짜가 잡히지 않은 상태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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