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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9 (수)

AI칩 핵심 ‘HBM4’ 주도권 경쟁…TSMC, 삼성에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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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고 성능인 5세대 HBM3E(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을 둘러싸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의 총력전이 펼쳐진 사이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다음 세대 HBM4 주도권 경쟁에도 막이 올랐다.

HBM4부터 로직(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하며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메모리 반도체 기업 사이의 주도권 싸움이 시작된 가운데 마침내 대만 TSMC가 가장 먼저 야심을 드러냈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TSMC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진행한 유럽 기술 심포지엄에서 6세대 HBM4 세부사항에 대한 내용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날 TSMC는 HBM4에 사용될 로직 다이 제조를 위해 12㎚(나노미터·10억분의 1m)급과 5㎚급 공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더 높은 성능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면 5㎚ 공정을 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실상 고객사가 원하는 HBM4를 성능에 따라 맞춤형으로 만들어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HBM은 맨 아래서 일종의 받침대 역할을 하는 베이스(로직) 다이 위에 D램 칩인 코어 다이를 쌓아올린 뒤 이를 수직으로 연결해 만들어진다. 앞서 HBM3E까지는 베이스 다이를 포함한 HBM의 모든 부분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만들었지만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가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하는 HBM4부터 베이스 다이를 파운드리가 만든다. 초미세 공정을 이용해 베이스 다이를 만들면 연산 기능을 더 많이 눌러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HBM4는 그동안 백화점(로직 반도체)과 아파트(메모리 반도체)로 건물을 나눴던 구조에서 처음으로 벗어나 1층에 상가를 입주시킨 첫 주상복합 건물이다. 그만큼 속도가 빠르고 소프트웨어 실행에서도 쾌적해진다.

중앙일보

박경민 기자


이날 TSMC 고위 임원은 “HBM4 통합 공정에 대해 주요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과 HBM4 개발을 놓고 논의 중인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를 위해 TSMC는 자사 첨단 패키징 기술인 ‘CoWoS’ 기술을 업그레이드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로직 반도체와 HBM을 나란히 붙이는 지금의 패키징 기술이 수년 내로 GPU 위에 HBM을 올려 3차원 수직으로 쌓는 고난도 기술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TSMC는 이와 관련해 최근 새로운 첨단 패키징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며 우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미 엔비디아·AMD는 내년까지 TSMC의 첨단 패키징 라인에 대한 ‘입도선매’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확고한 메모리 반도체 영역이었던 HBM의 주도권을 놓고 파운드리 최강자 TSMC가 가장 먼저 벽을 부수고 넘어온 셈이다. 이미 HBM4 개발에 있어 TSMC는 엔비디아는 물론, SK하이닉스와도 공식적인 협력을 선언하며 ‘3자 동맹’을 맺었다. 이에 HBM4부터는 TSMC가 생산한 베이스 다이를 SK하이닉스가 받아와 여기에 D램을 쌓는 방식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변수는 삼성전자다. 삼성은 베이스 다이를 자체 파운드리에서 제작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설계는 물론 초미세 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와 메모리까지 보유한 종합반도체회사(IDM)다. 하지만 TSMC가 HBM 시장을 노리고 선전포고를 날리면서 삼성도 조금씩 수세에 몰린 모양새다. 무엇보다 삼성은 최근 HBM3E 수주전에서 엔비디아의 ‘승인 사인’을 받지 못해 고전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HBM 시장에서 메모리 주도권을 두고 SK하이닉스와 싸우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파운드리 패권을 놓고 TSMC와도 경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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